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미분양·PF부실·공사비·수주 절벽 … 건설사 덮친 '4대 공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건설사 부도공포 확산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라면 어디든 하루아침에 신동아건설처럼 안될 거란 확신이 없는 상황이죠."(중견 건설 업체 K사 관계자)

최근 지방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사태에 이어 시공능력평가 58위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 업계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줄도산 사태가 또 오는 것이냐"며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30대 건설사(국토교통부 시공능력 순위 기준) 중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23곳의 부채비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23곳 중 4곳이 부채비율 400%를 넘겼다.

HL D&I한라 269.3%, SK에코플랜트 251.3%, 동부건설 249.9%, GS건설 238.4%, 계룡건설산업 231.2%, 롯데건설 217.1%, 한신공영 220.6% 등 7곳이 부채비율 200%를 초과했다.

시공능력 순위 30위권 밖 '중견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두산건설(32위)과 HJ중공업(36위), 효성중공업(39위), SGC이앤씨(40위) 등 많은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적정선(200%)을 웃돌고 있다.

건설 업계가 바라보는 대표적인 악재는 미분양 증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공사비 급등, 수주 가뭄 등이다. 급등하는 공사비를 반영하느라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오르고, 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덩달아 PF 부실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이후 전국 미분양 물량은 국토교통부가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 6만채 이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지난해 지방에서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 149곳을 조사한 결과 73곳(49%)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한계에 몰린 건설사들이 사업 확대를 꺼리면서 '미래 먹거리'인 수주 물량도 떨어지고 있다. 2022년 230조원이던 전국 건설 수주액은 작년 170조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부실 PF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작년 12월까지 5.2%였던 부동산PF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11월 11.3%까지 올라왔다.

건설 업계는 신동아건설 법정관리가 '도미노'식으로 위험을 옮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동아건설이 짓고 있는 아파트 현장 상당수가 '공동 시공'인 경우가 많아 다른 회사에 부담을 전이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동아건설과 함께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를 분양한 계룡건설산업은 사업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장은 신동아건설이 40%, 계룡건설산업이 20%, 삼정하우징이 25%, 선두종합건설이 10%, 대흥건설이 5%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분양 업계에서는 계룡건설산업이 신동아건설의 투자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지만 쉽지 않다. 이 단지가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0.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신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을 맺어 시공권을 따낸 다른 중소 건설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모아종합건설은 지난달 신동아건설과 함께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지어지는 미래도 파밀리에 461가구를 분양했다. 수도권 입지인 만큼 1순위 청약에만 1274명이 몰렸다. 그러나 실제 계약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6일이 계약 시작일이었기 때문이다. 8일까지 기간이 남았지만 법정관리 소식에 계약 포기자가 대거 발생하면 건설 업체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작년에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도 신동아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와 숨마 데시앙 2개 단지를 짓는 상황이다. 그나마 두 단지는 완판에 성공했고 공정률도 70%를 넘어섰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분양대금으로 충분히 공사 진행이 가능하다"며 "7월 말 준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토부는 신동아건설 협력업체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파악한 신동아건설 협력업체는 250곳 정도다. 대부분 건설공제조합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을 받거나 발주자 직불 형태로 계약이 체결됐다. 이 형태는 발주 업체가 신동아건설을 거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직접 대금을 정산하는 구조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회생 개시 절차를 봐야겠지만 거의 100% 업체가 안전핀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협력사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건설 경기가 좋아질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 투자가 작년보다 1.4% 줄고, 내년에는 2.1%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 시장뿐만 아니라 토목 부문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감소로 공공공사 수주가 줄고, 반도체를 비롯한 설비투자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3년 전 수주한 사업들은 공사비 급증 때문에 수익성이 낮고, 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박재영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