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 사업시행자 상대로 소송
1·2심 일부 승소…500~1000만원 배상 판결
대법, 주민 측 패소 취지로 뒤집어
대법원. [헤럴드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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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분양 계약에 없던 문주(門柱) 설치로 조망권이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아파트 주민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문주란 아파트 정문 주출입구에 설치된 조형물로 대문을 상징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 A씨 등 8명이 재개발 사업시행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 측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패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7년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신축될 아파트에 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택전시관에 설치된 모형, 조감도, 도면 등에 문주를 설치할 계획이 없었다. 문제는 2020년 3월, 사업시행자 측이 문주를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 시행을 변경하고, 인가까지 받으면서 불거졌다.
2~3층 등 저층부를 분양받은 A씨는 문주가 설치되면서 조망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건축계획에 의해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벗어난 건축으로 인해 분양자가 이익을 침해받은 경우 사업시행자는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A씨 등은 시행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한 세대 당 1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이 사건 문주 설치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경우이며 문주 설치로 인해 사회통념상 참을 수 없는 정도의 시야 차단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행자 측에선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시행자 측은 “이 사건 문주는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며 “경미한 수준의 설계변경이며 분양계약서에 ‘출입구의 디자인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돼 있으므로 A씨 측이 부문주의 설치를 예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 등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지난해 5월, 시행자 측에서 일부 주민들에게 500~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문주의 설치는 인접 세대의 조망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설계변경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문주 설치로 인해 환경이익을 침해받는 일부 세대에 대해 분약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비슷했다. 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2-3민사부(부장 장성학)은 지난 6월, 1심과 비슷한 취지로 시행자 측이 주민들에게 500~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문주의 설치는 외형상 화려함으로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인다는 목적 외에 달리 설치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며 “해당 장소는 본래 건축 계획상 조경 조성이 예정돼 있었던 곳이라 당초 A씨 등은 조경이 조성된 경관을 누릴 수 있었는데 문주가 설치돼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설계변경으로 추가로 구조물이 설치돼 아파트의 환경에 변화가 있더라도 분양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 등 세대의 시야에서 문주가 보이는 비율은 최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야 제한이 중대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교환 가치가 하락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 등의 세대는 2층 또는 3층이라 당초 설계대로 수목이나 구조물이 설치됐더라도 어느 정도 시야에 제한이 있을 것이란 사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측에서 제출한 사진들도 특정 지점과 각도의 시야만 보여주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며 “판결에 잘못이 있으므로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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