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동네가 지옥으로 변했다”…소음 피해·매출 타격 호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통령 관저 위치 한남대로 중심

찬반집회 몰려 교통 사실상 마비

양쪽으로 갈려 무정부 상태 방불

헤럴드경제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체포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이영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극렬한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가 신응하고 있다. 남산 자란 고즈적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한남동 일대는 윤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와 집행 과정을 거치며 대통령 관저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무정부 상태와 다름 없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기 위한 보수 지지자와 조속한 체포 영장 집행을 요구하는 진보 지지자가 몰려 한남동 일대 도로는 그야말로 매일 ‘마비’ 상태며, 인근 상인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상을 이어가던 주민들도 그야말로 지옥을 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6일 한남동 일대에서는 신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의 탄핵 및 체포 반대 집회와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진보 성향 단체의 탄핵 찬성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두 집회로 한남대교에서 남산터널로 향하는 방면의 도로는 사실상 기능을 잃었다. 전 차로 중 2개의 차로만 열려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

한남대로 등 일대 도로는 경기도와 서울 도심, 강남과 강북 지역 연결을 위한 주요 통행로다. 하지만 최근 일부 단체의 신고 범위를 벗어난 철야 시위, 도로 전체를 점거하는 행위 등으로 교통 혼잡이 장기화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 부근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소추안 가결 후 산발적으로 소규모 집회가 진행됐지만, 지난 2일부터 집회의 최중심이 됐다.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를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체포 영장 집행을 시도한 이후로 집회는 더 과격해졌다.

이 같은 혼란에 인근 주민들은 ‘동네가 지옥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남동에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 통근하는 박모(32) 씨는 “영장 집행이 있던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는 한남대교에 2시간 갇혀있었다”며 “최근 일대가 마비되니 버스가 수십 분씩 늦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씨는 “버스가 언제 올지 안내도 제대로 안 되니 버스가 도착하면 그야말로 전쟁터”라며 “앞뒤 문을 못 닫을 정도로 사람들이 계속 밀고 타서 위험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부 단체의 도로 점거로 시민의 버스정류장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도로 한복판에서 버스를 탑승해야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생활 자체를 방해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한남동에 사는 A(40대)씨는 “집회 장소가 거리가 꽤 있는데도, 소음이 심하다”며 “2주째 귀마개를 껴도 잘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권 상권도 ‘죽을 맛’이다. 인근의 한 운동기구 매장은 지난 6일 하루 아예 임시 휴업을 내걸기도 했다.

한남대로 인근의 한 주유소는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한남대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직원은 “거의 10분의 1로 매출이 줄었다. 평균 하루 매출이 1000만원 정도였는데, 집회 시작 후부터는 거의 1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난 2일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일요일에는 주유하러 오는 차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남초등학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씨는 “택배 위주로 원두를 파는 가게이긴 하지만 최근 ‘워크인’ 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분간 한남동 식당가를 찾기 꺼려진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모(40대) 씨는 최근 집회 장소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이 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중년 여성이 다짜고짜 ‘나라가 이런데 밥이 넘어가냐’는 식으로 말하더라”며 “집회는 집회고, 생활은 생활 아니냐”고 말했다.

인근 한남초 어린이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남초는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남초 등 인근 학교로 등하교하는 초중고생들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영기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