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첫 번째 반전카드 강노을 역
북한 이탈주민 참가자?!…알고보니 ‘핑크가드’
“중간에 멈춘 노을의 서사, 시즌3에 다 나온다”
배우 박규영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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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표정 없는 낯빛, 생기 잃은 눈동자. 숨구멍 하나 찾을 수 없는 인형 탈을 쓰고도 불평 한 마디가 없다. 모든 감정을 거세한 그의 얼굴은 공허로 가득 차있다. 꿈과 행복이 가득한 ‘동심의 공간’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 박규영이 연기하는 ‘오징어게임2’의 강노을에게선 한줌의 희망조차 읽을 수 없었다.
“체중 감량을 많이 했어요. 몸에 피도, 수분도 없는, 최대한 건조하고 버석한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요.”
박규영은 두 번의 오디션을 보고서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에 승차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그는 “어떤 역할이든지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출연하게 되는 건 연기자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군인 출신의 탈북민 강노을. 그는 ‘저무는 사람’이었다. 생의 고비를 넘어 남쪽에 정착했지만 그의 몸은 마음 편히 누일 곳이 없다.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일하며 주차장에서 취식하는 인물. 북에 두고 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삶의 동력이다.
박규영에게 강노을이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는 “딸이 없는 데다 미혼이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감정을 이해하기란 조금 어려웠다”며 “딸이라는 대상으로, 모성애로 국한되기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몸의 한 부분을 상실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간 박규영이 작품 속에서 표현한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감정에 솔직한 캐릭터로 ‘스위트홈’, ‘악마판사’,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난 박규영은 ‘오징어게임’과 함께 새로운 도화지에 채색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여태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극단에 있다”고 말할 정도.
박규영이 그리는 강노을의 처절한 죄책감은 한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내면을 꺼낸다. 황동혁 감독은 그에게 강노을이라는 인물에 대한 디테일을 제시했다. 탈북, 아이를 잃은 엄마, 그리고 말이 없는 사람이다. 박규영은 “평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감독님이 말씀해주신 정도로 차분한 에너지를 가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규영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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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도 감정도 사라진 강노을의 얼굴은 배우 자신이 만들어냈다. 박규영은 “(노을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살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물리적으로 방 한 칸이라도 얻을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얻어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차에 살고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단순히 무표정을 짓고, 목소리를 낮게 까는 것만으론 캐릭터가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아 일상에서도 모든 에너지를 덜어낸 호흡을 유지하려 했어요.”
노을이라는 이름 역시 ‘희망마저 사라져가는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시즌1에 등장한 새터민 새벽이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점과 확연히 다르다.
노을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시즌2의 첫 반전이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목숨을 걸고 돈을 따내는 ‘생존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일 거라는 시청자들의 예측에 통쾌한 한 방을 안긴다. 시즌1의 또 다른 새터민 새벽처럼 노을 역시 아이를 만나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노을의 정체는 게임판에 뛰어든 탈락자들을 쏴죽이는 ‘핑크 가드’, 세모 병정이었다. 박규영 역시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자신이 어떤 역할인지 알지 못했다.
세모 병정은 무자비하고 잔혹하다. 마스크 뒤의 얼굴에선 그 어떤 감정의 흐름도 읽히지 않는다. 박규영은 “강노을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최소한의 윤리 의식은 있다”며 “노을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삶의 희망도 없는 사람들에게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해준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시즌1의 엄청난 성공으로 그 어떤 작품보다 기대가 컸던 ‘오징어게임2’는 지지부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이렇다 할 결말을 내지 못한 채 시즌2를 끝냈다. 노을의 이야기 역시 중간에 멈춰버린 상황. 박규영은 “캐스팅 발표 이후엔 정체를 숨기느라 애를 써서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할까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 더 많아져서 난감하다”고 했다.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그는 “노을과 새벽의 관계, 노을과 경석(이진욱 분)의 이야기에 대한 여러 예측과 해석이 나오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시즌3에선 핑크가드들의 서사가 더욱 깊어지고 모든 의문이 해결될 것”이라는 말로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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