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찬반 집회 밤샘시위
시민들에 쉼터 제공한 ‘성프란체스카 수도원’
女 화장실 부족…추운 날씨 속 70명 줄 늘어서자
집회 참가자들 이끈 수도사…본당 내 화장실 전체 개방
“없던 신앙심도 생길 판”…성당에 후원 이어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님이 ‘아미밤’을 들고 집회 참석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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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서울엔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지만, 시민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우산·은박 담요 등으로 몸을 보호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의 투쟁이 단순히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넘어서,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임을 강조했다. 한 시민은 “대한민국은 지금 시민혁명 중이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남기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집회 참석자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과 쉼터를 개방했다. 그럼에도 본당에 있는 여자 화장실 앞에는 약 70명 정도의 줄이 늘어섰다. 시위에 여성 참석자들이 현저히 많아 여자 화장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이었다.
이 때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가 나타났다. 그의 손엔 시위대의 누군가가 전해준 아이돌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무려 방탄소년단(BTS) 응원봉 ‘아미밤‘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갑자기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나타나시더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잘라서 나를 따라오라‘고 했다”고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아미밤’을 한 손에 들고 어둠 속에서 불빛을 반짝거리며 시민들을 이끄는 수도사의 모습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를 연상케 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님이 ‘아미밤’을 들고 집회 참석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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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측은 수도원 곳곳의 남자 화장실 전체도 여성이 쓸 수 있도록 지정해 개방했고, 또 수도원 쉼터를 개방해 시민들이 추위를 녹일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에는 ’난방 성당‘이라는 푯말도 붙었다.
시위 참가자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공공시설이 많지 않다. 너무 다들 고마워하고 많은 분들이 ’없던 신앙심이 생겼다‘고 할 정도였다”며 “신이 있다면 교회에 있지 않고 이런 곳(거리)에 있지 않겠나”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거리에서는 밤샘 시위대의 충돌이 있었지만 수도원 내부는 그저 조용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시민들은 수도원의 미끄러운 눈길을 함께 치웠고, 성당 후원 계좌까지 공유되며 감사함을 표하는 후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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