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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단독]이착륙 시뮬레이션에 없는 콘크리트 둔덕… “기장도 몰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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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종사들 공항 시설물 파악때 이용… 정부 간행물-세계공용 운항 웹 모두

무안공항 둔덕 정보는 없어… 구조물 모른채 착륙, 사고 가능성

동아일보

6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관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공항 밖으로 튀어 나간 항공기 잔해를 공항 안으로 옮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항공기 엔진 2개와 주요 부품을 격납고로 옮기고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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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조종사들이 이착륙 전 위험한 공항 시설물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정부와 민간 정보망에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콘크리트 구조물의 존재를 모른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이착륙 시뮬레이션에 둔덕은 없어

6일 전현직 항공기 조종사들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공항의 각종 장비와 시설 위험물을 확인하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정부의 항공정보관리체계 내 항공정보간행물(Aip)을 비롯해 △항공사의 이착륙 시뮬레이션 △젭슨 매뉴얼(Jeppesen Airway Manual) 등 민간 항공 정보망 △공항 위험 상황 등을 제공하는 알람 ‘노탐’ 등이다. 조종사들은 이들을 통해 각 항로의 최신 정보뿐 아니라 전 세계 공항의 활주로 길이, 시설물, 조종 시 유의사항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런 시스템을 통해 무안국제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Aip에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등화(조명) 시설과 로컬라이저(안테나) 시설만 나와 있을 뿐 콘크리트 둔덕 설명은 없었다.

항공사별로 각 공항 이착륙 연습 등을 하는 시뮬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이착륙에 앞서 이착륙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특히 신규 운항이나 운항 재개를 할 때는 사전 안전 점검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필수로 거친다. 하지만 항공기 조종사들은 본보에 “무안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때 로컬라이저는 있지만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표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은 정부가 제공하는 항공 정보 데이터 등을 기초 삼아 제작된다. 정부 역시 부실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종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젭슨 매뉴얼 등 민간 항공정보 프로그램에도 무안공항 둔덕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 전직 기장은 “공항 사람들이 따로 구두로 설명하지 않는 이상 조종사들이 콘크리트 시설물이 있다는 걸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예측치 7% 수준 이용 공항… 부실 초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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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항의 잘못된 수요 예측도 안전사고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무안국제공항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국토부가 발표한 ‘제3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내 2025년 연간 수요 예측치인 330만 명 대비 7% 수준이다. 전체 이용객도 수요 예측치를 밑돌았다. 2023년 전국 15개 공항 전체 이용객은 1억3359만 명이었다. 이는 3차 종합계획에서 전망한 예측치(1억7593만 명)의 76%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공항의 안전 위기 원인 중 하나로 수요 예측 실패를 지목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안전 분야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기 비상 착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이다. 활주로 인근 지역 바닥을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설치해 활주로를 이탈한 비행기 속도를 늦춰준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공항 1곳당 약 2300만 달러(약 337억7200만 원)에 달하고 재설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는 설치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또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곳도 단 한 곳도 없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3곳에만 있었다.

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안=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무안=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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