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살해 인정안돼 징역 17년
대법원 파기환송 후 징역 30년
2년동안 정신적·신체적 학대
사망 직전 커튼으로 결박하고 폭행
지난해 2월 인천에서 초등학생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A씨와 친부 B씨가 경찰에 구속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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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해 2월 인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동 이시우군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가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당초 1심과 2심에서는 ‘아동학대치사’죄만 인정돼 징역 17년형을 받았다. 대법원이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돌려보내 결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2부(부장 설범식·이상주·이원석)는 7일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동에게 한 학대 행위는 가학적이고, 강도 또한 11세 아동이 버텨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피해아동의 이상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볼 수 없어 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 군의 친모와 아동학대 근절 시민단체 등도 자리했다. 이 군의 친모는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일주일에 1~2회 이상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선고 당일까지 탄원서를 제출하며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부가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말하자 방청석에는 긴 한숨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징역 30년을 선고하는 순간에는 짧은 박수와 환호성도 울려 퍼졌다. 피해자의 친모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피고인이 죄를 인정하고 상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A씨는 2018년 5월부터 사실혼 관계의 남성 B씨와 동거하며 B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이 군을 양육했다. A씨는 2021년 4월께부터 이 군에게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고, 2022년 3월부터 신체적 학대도 가했다.
결국 2023년 2월 이 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2월 4일 이 군을 무려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커튼끈과 수건 등으로 결박하고 홈캠으로 감시했다. 2월 6일에는 선반 받침용 봉과 옷걸이 등으로 수십회 때리고 다시 의자에 결박했다. 이 군은 2월 6일 오후 6시께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신체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군은 결국 다음 날 오후 1시께 내부출혈로 사망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만을 인정해서다. A씨가 이 군이 사망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살해 고의가 인정된다’며 파기환송했고, 이날 아동학대살해죄가 인정됐다. 이 군의 친부 B씨는 징역 3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훈육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군이 이상행동을 보여 이를 교정하기 위함이었고, 이 군이 ADHD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망의 원인을 이 군에게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A씨와 B씨의 학대행위로 이 군은 고립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속적·반복적인 학대행위로 아동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피폐해져갔다. 피해아동의 일기에는 학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피고인의 애정을 간절히 갈구하는 내용으로 빼곡했다”며 “사망 무렵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등 11세 아동이 작성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고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학대행위는 2022년 3월부터 피해아동이 사망할 때까지 지속됐다”며 “2023년 2월 4일 피해아동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중한 학대 행위를 가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 군이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 또한 없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이 의뢰한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약물 복용 등이 사망에 유의미한 정도로 작용했다고 볼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사망에는 만성적인 신체저하 상태, 물리적인 외력 등이 모두 중요했다”며 “2023년 2월 4일부터 6일까지 행해진 학대행위는 종전에 비해 강도가 심해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학대 행위는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 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학대 행위도 많았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의 학대는 피해아동 개인의 법익 침해에서 나아가 아동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도 악영향을 미쳐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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