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승소 가능성 낮아…전문가들 "협상 시간 벌기"
트럼프, 합병 반대해왔지만 "마음 바꾸는 데 익숙"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이 7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US스틸 인수 불허는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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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궁극적 이유는 '시간 벌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 취소 시한을 최대한 늦춘 뒤 곧 들어설 새 행정부(도널드 트럼프 2기)와 협상을 꾀하려는 '지연 전략'이라는 것이다.
지난 6일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사흘 전인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내린 바이든의 명령 및 미 정부 심사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미 연방 항소법원에 냈다.
양 회사는 미 철강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로렌코 곤칼베스, 데이비드 매콜 전미철강노동조합(USW) 회장에 대해서도 별도 소송을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이번 사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모든 당사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과 같다.
NHK에 따르며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7일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으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이번 대통령령에 이르게 됐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며 반드시 인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봐야 한다.
닉 클라인 국가 안보 변호사는 로이터 통신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어려운 싸움"이라며 법원은 일반적으로 국가 안보 문제에 있어 행정부를 매우 존중한다고 짚었다.
바이든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이유로 꼽은 것은 "미 국가 안보와 중요한 공급망에 대한 위험 초래"다.
하시모토 회장도 회견에서 재판 승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을 아꼈다. 그는 "앞으로의 일인 만큼 몇 퍼센트 확률일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말씀드릴 때가 아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2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US스틸의 그래니티 시티 제철소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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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소송을 건 걸까. 클라인 변호사는 그러나 "소송은 새 행정부와 협상하거나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 발언은 소송 자체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나 두 회사가 트럼프의 반대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해당 거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고소장을 통해 가처분 신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이 서명한 명령에 따라 양 회사는 30일 이내에 합병에 대한 거래를 취소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가 밝힌 고소장 사본에 따르면 두 회사는 '미 정부가 30일 요구 사항을 시행할 계획이라면 우리는 가처분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가처분은 법원이 사건을 판결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와 함께 트럼프의 '입장 변경이 잦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일본제철의 US스틸을 공개 반대해 왔다. 트럼프는 전날(6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관세 도입으로 US스틸이 더 수익성이 높고 가치 있는 기업이 될 텐데 왜 그들(경영진)은 US스틸을 매각하고 싶은가"라고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슈아 그룬스펙트 국가 안보 변호사는 로이터에 "트럼프는 마음을 바꾸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즉 협상 시간만 벌어 놓는다면 트럼프를 설득할 여지는 열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제철과 US스틸의 소송에 백악관 등은 모두 반발했다.
NHK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은 이 나라의 안보, 인프라, 공급망의 강인함을 지키기 위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곤칼베스 CEO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일본제철과 US스틸이 스스로 초래한 재앙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뻔뻔한 시도"라며 "그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우리는 소송을 준비 중이며 법정에서 사실을 밝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매콜 회장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고소장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합동 유세서 "US스틸은 미국 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09.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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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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