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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fn사설] 글로벌 경제 전쟁 속 탄핵에 갇혀 방향 잃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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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인상 대응 위해 각국 몸부림
국정협의체 방치하며 정치 싸움만


파이낸셜뉴스

일본 기업 가운데 60% 이상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전 세계에서 보호주의 무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1월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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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관세를 내세우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관세 인상이 무차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동맹국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관세를 인상하면서 약달러를 지향하는 제2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중국은 중국대로 질 좋은 저가 제품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외 경제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이처럼 각국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게 현재 글로벌 시장 모습이다. 탄핵정국에 발이 묶인 우리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남들은 난국을 뚫고자 갖은 수단을 동원해 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우리 경제는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을 치는 모양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더 낮추고 있다. 8개 IB가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였는데, 12월 말에는 1.7%로 0.1%p 낮아졌다. 한국은행(1.9%)과 정부(1.8%)보다 더 나쁘게 본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JP모건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1.3%로 매우 낮게 잡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되는 정치 리스크로 더 심화된 내수 불황을 결정적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리스크 말고도 대내외 경제 환경은 한마디로 최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말대로 퍼펙트 스톰이 코앞에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끝없이 오르고 덩달아 국내 물가도 최근 급등하고 있다. 내수침체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데 물가마저 오르면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더욱 냉각될 것이다. 불경기와 물가급등이 겹쳐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

내수가 바닥을 찍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올 들어 난기류를 만나게 생겼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가 공약대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올 수출 증가율이 대폭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몰아치는 악재에 대한 대응력을 상실한 국정 공백 상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국가원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악전고투 중이다. 기업들은 국정 정상화가 하루속히 이뤄지기를 갈망한다. 지난 3일 기업과 정계, 정부 인사들이 모인 신년 인사회에서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정부와 정치 지도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위해 힘을 더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것도 그런 이유다.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는 조속히 여야정 국정협의체부터 가동해야 한다. 지난달 24일 여야 실무회의를 연 이후 아직 협의체 명칭조차 정하지 못했다. 여전히 의제 선정과 운영 방식을 놓고 다투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 탄핵을 놓고 난장판처럼 싸우더라도 경제에서만큼은 여야는 힘을 모아야 한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대한 대응에 국회도 바라만 보지 말고 힘을 보태야 한다. 민생법안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없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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