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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얄궂은 운명...해리스, 트럼프 승리 공식 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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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이 6일 의회 의사당에서 지난 대선 결과를 공식 인준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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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투표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312표를 얻었습니다.” 6일 워싱턴 DC 연방의사당 본회의장 한가운데 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렇게 말하며 지난해 11월 대선 결과를 공식 인준했다. 집권 여당 민주당 소속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그가 이번에는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맡는 상원 의장으로 상·하원 합동 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트럼프의 승리를 확정해 준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에 자신의 발언이 끊기자 해리스는 의사봉을 두드려 장내를 정돈한 뒤 “카멀라 해리스는 226표를 얻었다”며 자신의 득표수를 얘기하고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격려 박수를 쏟아내는 동안 해리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회의는 꼭 4년 전인 2021년 1월 6일 상황과 뚜렷하게 대비됐다. 당시 해리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나서 승리한 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이들이 현직 대통령·부통령이었던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에게 승리한 선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극렬 지지자 수천 명이 펜스 주재로 선거 결과 인준절차가 진행되던 의사당에 난입하며 ‘1·6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난동으로 다섯 명이 사망했고 경찰관 등 1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의회 경찰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의사당 주변에 대형 울타리를 설치했고, 뉴욕·볼티모어 등 18개 도시에서 질서 유지 인력을 지원받는 등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이날 워싱턴 DC에 13㎝ 이상 폭설이 내렸고, 회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6 사태 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펜스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이 역사적인 절차에서 예의와 질서가 회복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미국 민주주의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던 1·6 사태로 1500여 명이 기소됐고, 실형을 선고받은 645명을 포함해 1200명이 넘게 유죄가 확정됐다. 주동자는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그러나 지지자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은 트럼프는 대선 승리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1·6 사태 당시 지지자들의 난동을 선동하고, 펜스에게 대선 결과 인증 중단을 강요한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던 특별검사는 대선 후 공소 기각을 요청하며 꼬리를 내렸다.

트럼프는 지난달 타임 인터뷰에서 “취임 직후부터 개별 사례를 살펴보고 매우 신속히 (사면을) 진행할 것”이라며 1·6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 사면을 예고했다. 바이든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그날의 역사를 다시 쓰거나 심지어 지우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트럼프 측을 비판했다.

한편 상원이 개원한 지난 3일 뎁 피셔 공화당 상원 의원(3선)의 배우자 브루스가 공식 석상에서 취임 선서를 주재한 해리스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 공개되며 논란이 되고 다. 해리스가 브루스에게 축하 악수를 청했는데 브루스가 “고맙다”고 짤막하게 말하고는 해리스의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바닥만을 응시했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왼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고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는데, 머쓱해하는 해리스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피셔의 X 계정에는 “당신 남편은 참 못났다” “품위 없는 행동이었고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비난이 폭주했다.

[워싱턴=김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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