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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런말저런글] 고명딸 할 때 고명이 그 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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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떡국
[연합뉴스TV 제공]


일은 잘 안 풀리는데 춥긴 또 왜 그리 추운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떡국이 종종 생각나는 날들입니다. 떡국을, 어디 설날에만 먹는답니까. 떡국은 수시로 먹는 일상 음식 아니던가요. 평소엔 떡라면을 더 먹긴 하지만요.

아∼ 고명! 떡라면에야 어울리지 않지만 떡국에는 이것이 있어야 제맛입니다. 노른자와 흰자가 애초 경계 없는 하나였다는 듯 달걀을 휘휘 젓습니다. 그러고선 얇게 부친 뒤 잘게 썹니다. 지단이 되었습니다. 떡국 위에 올라가는 것은 물론 지단만이 아닙니다. 음식의 모양과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는 것을 통틀어 [고명]이라고 합니다. 지단은 떡국과 찰떡궁합인 고명이지요.

고명딸의 고명도 이 고명일까요? 맞습니다. 고명은 눈에 잘 보이므로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을 [고명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우리말의 발견』 p.36) 쓰임새의 연원으로 미루어 고명아들도 못 쓸 이유는 없을 듯하지만, 사전 표제어에는 없습니다. 딸 많은 집의 외아들을 따로 그렇게 부르진 않았다는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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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놓인 떡국떡
(연합뉴스 DB)



[고물]도 기억할 만합니다. 배의 뒷부분을 일컫습니다. 반대말 [이물]도 알아야겠지요. 고물(古物)은 옛날 물건이기도 하잖습니까. [옛날 물건은 뒤로 빠져라] 하여 고물은 배의 앞이 아니라 뒤라고 기억하면 어떨까요. [이랑]과 [고랑]을 보탭니다.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이 이랑이고,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을 이랑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 고랑입니다. 불룩 나온 이랑과 달리 고랑은 오목하게 파인 '골'에서 가지 쳤으니까 단어가 '고'로 시작하는구나 하고 외워봅시다.

[고샅]을 이해하면 더 빨리 암기됩니다. 움푹 파인 '골'에, 두 다리 사이나 두 물건의 틈을 뜻하는 '샅'이 합해져 된 단어입니다.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이나 골목 사이를 의미합니다. [고샅길]로도 쓴다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샅샅이 찾아봐' 하고 말하잖습니까. '샅'이 쓰인 또 다른 말입니다. '구석구석 빈틈없이'라는 느낌이 더 분명하게 와닿습니다.

[고갱이]는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심입니다. 이 낱말이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게 된 이유입니다. 핵심(核心)과 비슷합니다. 더러 관건(關鍵. 빗장 관 열쇠 건, 어떤 사물이나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 하는 일이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의 고갱이는 [보추(진취적이거나 앞에 나서는 성질)] 유무일 경우도 많습니다. [그놈 하는 행태로 보면 그러고도 남겠소. 얼핏 봐도 보추 대가리는 서 푼어치도 없게 생겼습디다. ≪송기숙, 녹두장군≫]가 고유어 '보추'의 좋은 용례입니다. 덤!이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사람in, 2023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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