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비중 ↑
서울은 거래 절반 이상이 중저가 아파트
"집값 조정기, 신생아 특례론으로 내집 마련"
지난해 12월 부부합산 소득요건 1.3억→2억
국토부 "올해 소득요건 2.5억까지 완화 추진"
"매입가격, 고점 대비 몇%인지 따져봐야"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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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9억원 이하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 등 대출 규제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금융 당국이 자금줄을 조여오자, 실수요자들이 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내 집 마련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면서 자금 확보 가능성이 높은 신생아 특례 대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다.
9억 이하 아파트에 몰리는 수요…신생아 특례대출 활용 가능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 중 전용면적 85㎡ 이하·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전날 기준)은 지난해 12월 75.8%(6157건)로, 지난해 7월(66.7%·1만8948건) 대비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7월은 최근 들어 수도권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다.
서울보다는 인천과 경기에서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7~12월 인천의 이 비중은 86~89% 수준이었고, 경기는 77~82%대를 보였다. 또 서울은 지난해 12월 이 비중이 53.5%로 지난해 7~11월(40%대) 대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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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집을 사들이려는 수요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하기 좋다"고 전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접수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부부가 전용면적 85㎡ 이하·9억원 이하 아파트를 매입할 때 최대 5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이다. 주택도시기금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의 최저 금리는 연 1.60%로 디딤돌대출의 최저 금리(연 2.65%)보다 차주 부담이 적다.
소득이 같아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게 되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 예컨대 외벌이 부부의 연소득이 5000만원이면 신생아 특례대출 이용 시 금리는 연 2.20%, 디딤돌대출은 연 3.35%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는 것도 더 쉬워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이 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을 연 1억3000만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까지 늘렸다. 권 팀장은 "대출 규제로 인해 돈 빌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득 기준도 완화되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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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한 달 전에 소득 기준을 완화해 당장 추가적인 완화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소득기준을 2억5000만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값 조정기, 신생아 특례대출로 내집 마련 추천"
김효선 NH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라 매매가뿐 아니라 전·월세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인데, 현재 전세에 사는 수요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해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지난해 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을 때는 고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대출 규제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줄고 돈 빌리기도 어렵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당분간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신생아 특례대출로 살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전체 주택 매매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수도권 거래량은 2만8417건을 찍고 지난해 11월 1만2496건까지 떨어졌다. 서울도 같은 기간 9216건→3296건, 인천은 3331건→1765건, 경기는 1만5870건→7435건으로 거래량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아직 집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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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내렸지만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기준 4.30%로 지난해 7월(3.50%)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또 올해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이 예정되면서 당국의 규제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거래량 감소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 넷째주부터 2주 연속 0.02% 내렸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3월 넷째주부터 매주 오르다가 지난해 12월 다섯째주 상승세가 멈췄다.
"매입 가격이 고점 대비 몇% 떨어졌는지 잘 봐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값 조정기 때 신생아 특례대출을 통해 집을 살 때 매입 가격의 적정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아파트 매입 가격이 지금처럼 거래도 없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저가 매물 위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같은 단지더라도 호가가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며 "요즘처럼 갈아타기 수요가 많을 때는 거주 중인 분들이 몇천만원 정도 저렴하게 호가를 부르는 경우가 있어, 이런 것들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며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24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부동산에 매매와 전세 매물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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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책대출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 매입 가격이 고점과 비교해서 얼마나 싼지 등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서울의 경우 인기 지역은 고점 대비 10%, 나머지 지역은 20~25% 저렴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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