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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지난해만 6.4% ‘뚝’, 세종시 어쩌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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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국에서 집값 가장 많이 떨어진 곳


매경이코노미

세종시는 2024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의 오름세 없이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사진은 세종시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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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개 단지로 행정구역상 세종특별자치시 아름동에 위치한 범지기마을. 총 6개 생활권으로 구분되는 세종시에서 1생활권에 해당된다. 중앙행정권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1생활권은 사실상 세종시 원도심이다.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도시 형태를 갖췄으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과 도보로 이동 가능해 공무원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이 중 범지기마을10단지(푸르지오)는 규모가 크고(1970가구) 건폐율이 낮으며 북쪽과 서쪽에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지 중 하나였다. 이 단지 전용 84㎡는 세종시 부동산 열풍이 한창 불던 2020년 12월 한때 7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020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약 4년 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이 단지 같은 면적 매물은 6억원 중후반대 조금씩 거래됐지만 이후 3년 동안 거래가 사실상 거의 끊겼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범지기마을10단지 매물은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 가격은 3년 전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전용 84㎡는 대부분 5억원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2024년 12월에도 동일 면적 매물이 4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전고점과 비교하면 약 40%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호가 역시 5억원 미만에 형성된 매물이 많다.

아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범지기마을은 아름동에서 인기 있는 아파트였지만 요즘 워낙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범지기마을1~12단지는 2013~2015년 입주했다. 이미 준공 10년 차를 넘어 신축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 역시 거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2020년 이후 전국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상승장과 하락장을 반복했다. 반면 세종시의 경우 2021년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잠깐의 반등도 없었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던 시점에도 세종시 분위기는 달랐다. 결국 세종시는 ‘2024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2020년 40% 넘게 올랐지만…

2024년 달라진 분위기의 세종시

2024년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시 집값·전셋값 하락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무려 40% 이상 집값이 상승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집값 급등기에 몰린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4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 동향’에 따르면 2024년 12월 4주(23일)까지 세종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6.4%, 전셋값 누적 변동률은 -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고 하락폭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4년 4.5% 상승했으며 경기도는 0.6% 상승하는 등 수도권 지역은 대체로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지방은 대체로 하락한 곳이 많았다. 2024년 내내 집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린 대구(-4.8%), 부산(-2.7%)을 필두로 제주(-2.4%), 광주(-1.3%), 대전(-1.2%), 울산(-0.3%) 등이 모두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세종시는 대구나 부산보다 훨씬 하락폭(-6.4%)이 컸다.

기초자치단체를 살펴봐도 세종시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경상남도 거제시(-9.2%) 단 한 곳이었다.

2024년 세종시 집값의 또 다른 특징은 1월 1일부터 12월 23일까지 단 한 번도 오름세 없이 줄곧 하락했다는 점이다. 9월 4주(23일) 단 한 차례만 보합세(0%)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주간들은 모두 집값 변동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024년 상반기 하락폭이 컸다. 7월 2주 이전까지는 거의 매주 0.1% 이상 하락했으며, 1월 5주(29일)에는 일주일 변동률이 무려 -0.54%였다. 8월 이후 변동폭이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매주 -0.04~-0.09% 수준을 유지하며 2024년을 마무리했다.

워낙 오랜 기간 떨어지기만 하다 보니 2020~2021년 급등기 때와 비교하면 대부분 단지는 전고점 대비 60~70%대 거래되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값(주간 조사 누적치)은 연간 42% 넘게 뛰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정치권에서 띄운 행정수도 이전 등 이슈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었다. 하지만 2022년 17.4% 하락했고, 2023년 3.9%, 2024년 6.4%가 추가로 떨어졌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1생활권 내 아름동 범지기12단지(에코타운) 전용 84㎡는 2024년 10월 5억54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2021년 2월 7억6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거래가 거의 꾸준히 하락 중이다. 지금 나온 매물 역시 대부분 5억원대 호가가 형성됐다.

또 다른 1생활권 도담동 내에 위치한 도램마을9단지 전용 95㎡는 2020년 11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2024년 10월 7억780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억원 이상 하락했다.

2생활권의 새롬동 일대 분위기도 비슷한 모습이다. 2017년 6월 준공한 새롬동 새뜸11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의 경우 2024년 8월 13층 매물이 8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5월 10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3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진짜 문제는 전셋값 하락

수요가 안 받쳐주니 회복 난망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에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 집값이 하락한다. 세종시는 최근 2년간 신규 분양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워낙 분양이 많았던 탓에 입주 물량은 올해까지 적정 수요(연간 1900가구가량)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인구 유입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 중이다. 세종시 인구계획은 당초 2030년까지 50만명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현재 인구는 39만명 수준이며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에는 약 3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유입이 제한적이니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2024년 전셋값 하락률은 4.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물론 2024년 10월 이후 전셋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편이다.

항상 부동산 약세장이 되면 세종시에서는 전셋값이 받쳐주지 않아 매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반복됐다. 다른 수도권 지역이나 광역시와 달리 세종시의 경우 전세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매매 가격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에도 세종시 집값이 계속 하락할까.

일단 세종시 공급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5년 세종시 예상 입주 물량은 876가구로 2024년(3616가구) 대비 더욱 줄어든다. 2011년 세종시에 첫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다만 공급량 감소가 세종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각종 대출 규제는 물론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위축됐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꺾여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홀로 반등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거주는 물론 투자 목적인 사람이 사라지면서 세종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며 “다만 2024년부터 공급량이 워낙 없고 지난 3년 동안 30% 가까이 하락한 만큼 2025년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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