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비판에도 EU "논쟁 부추기지 않아"
트럼프는 머스크 두둔…"똑똑한 사람"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 정상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EU의 정치적 목소리는 실종됐다는 지적에 "현재로서는 논쟁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게 우리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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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CEO는 다음 달 독일 총선을 앞두고 오는 9일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 생중계 대담을 실시한다. 그는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향해서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와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AfD를 공개 지지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집행위는 바이델 대표와의 대담 생중계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엑스를 상대로 2023년 12월부터 진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조사의 한 사례로 포함할지는 신중하게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핀노 대변인은 "DSA에는 플랫폼에서 생중계를 하거나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2023년 8월 발효된 DSA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다.
전날 정례브리핑에서도 머스크 CEO의 언행에 대한 EU의 대응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영국,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 각국 정상이 일제히 머스크 CEO를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EU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머스크 CEO를 향해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공개 경고해온 만큼 소극적 태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가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가 된 점을 의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위가 머스크 CEO와 엑스를 상대로 EU 규제를 들이대 과징금을 부과하면 미국 새 행정부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U는 작년 8월 머스크 CEO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당선인과 온라인 생중계 대담을 앞두고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 명의로 DSA를 위반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다가 체면을 구긴 바 있다.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부재를 EU 침묵 요인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폐렴으로 15일까지 외부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현재 일상적 업무는 수행 중이다.
EU가 침묵하는 사이 트럼프 당선인은 오히려 머스크 CEO를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의 행보에 대한 질문에 "머스크가 (유럽) 보수 성향 인사들을 좋아하는 것을 묻는 것이냐. 나는 그들을 모른다"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일론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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