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및 그린란드 미국 편입 주장 반복
멕시코만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주장
美, 나토 분담금 3.38% 내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에 5% 요구
韓에도 비슷한 방위비 분담 요구 가능성
덴마크 "그린란드 파는 것 아니다" 반발, 파나마는 무반응
미국 민주당 측에서도 트럼프 발언에 강력 반발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우선주의', 사실상 팽창주의 가까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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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번째 취임식을 약 2주일 앞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동맹들의 땅을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동시에 이례적인 수준의 대규모 방위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동맹들은 반박과 무시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린란드에 파나마 운하, 멕시코만까지 손 뻗어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는 이날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약 한 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파나마 운하 건설을 주도한 미국이 1914년 완공까지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중국이 운하 운영에 개입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는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장악을 위해 군사력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두 사안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며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경제 안보를 위해 두 지역 모두가 필요하다. 파나마 운하는 미군을 위해 건설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99년 파나마 정부에 통제권을 이양했지만 여전히 파나마 운하의 최대 고객이다. 트럼프는 지난달부터 파나마 정부가 운하 이용료를 너무 비싸게 받고, 중국이 운하에 손을 댄다며 운하를 다시 가져가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같은달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미국의 안보에 중요하다며 사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2019년에 덴마크 정부에 그린란드를 팔라고 요구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현재 자치정부가 다스리는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의 핵심 거점이자 대규모 희토류 매장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7일 차기 백악관 부비서실장 지명자와 함께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했으며 "관광" 목적으로 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취임하면 대서양과 멕시코만(Gulf of Mexico) 등 미국 연안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신규 시추를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중에 "우리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꿀 것"이라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냐.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동시에 멕시코가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미국의 정유 및 천연가스 처리 시설 절반이 멕시코만에 몰려 있으며 미국 해산물의 약 40%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운데)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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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 3% 내는 美, 다른 회원국에 '5%' 요구
1기 정부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했던 트럼프는 7일 회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라는 수치를 꺼냈다. 그는 "나토는 (GDP의) 5%를 방위비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2%로는 안 된다. 국가와 군대를 운영하려면 4%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위험한 영토에 있다. 그들은 그것을 감당할 여유가 있으며, 2%가 아니라 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이후 방위비를 크게 줄였던 나토 회원국들은 2006년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최소한 각국 GDP 대비 2% 정도는 내자고 합의하고 2014년에 이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1기 정부 당시 유럽 회원국들에게 2% 지출 약속을 지키라며 그렇지 않으면 나토에서 탈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대선 연설에서 "2%는 세기의 도둑질이다. 3%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1일 보도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이 같은 달 유럽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해 GDP 대비 5%의 방위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트럼프가 협상용 발언으로 5%를 꺼냈지만 최종적으로 3.5% 지출에 동의한다고 내다봤다.
나토가 지난해 6월에 집계한 방위비 지출 예측치에 따르면 같은 해 나토에 가입한 스웨덴을 제외한 31개 회원국 가운데 2024년 기준으로 방위비 2%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23개국으로 추정된다. GDP 대비 가장 많이 지출한 국가는 폴란드(4.12%)였으며 가장 적게 낸 국가는 스페인(1.28%)이었다. 트럼프는 5%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지난해 지출한 나토 방위비 분담금은 GDP 대비 3.38%였다.
나토를 향한 방위비 위협은 한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해 9월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대담에서 "한국의 국방 지출은 GDP의 2.5% 수준이다. 이러한 숫자는 3%나 미국처럼 3.5%까지 가야한다"며 "그래야 우리는 동맹국들과 방위비를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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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나토 회원국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중 예측치>
-연청색: 2014년 지출 비율
-청색: 20224년 지출 예상치
-2024년 최대 비율: 폴란드(4.12%)
-2024년 최저 비율: 스페인(1.28%)
-2024년 미국 비율: 미국(3.38%)
*자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팽창하는 미국우선주의, 안팎에서 반발
트럼프는 7일 회견에서 같은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정부를 위협했다. 그는 만약 덴마크가 그린란드 주민들의 미국 편입 투표를 방해한다면 매우 높은 관세로 보복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해 "덴마크 정부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아주 명확히 하겠다"며 "그린란드 총리가 이미 말했듯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무트 에게더 총리는 지난달 23일 덴마크 DR 방송에 보낸 서면 성명에서 영토 매각에 대해 "우리는 판매할 계획이 없고 우리 땅은 영원히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프레데릭센은 "우리는 미국과 아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미국과) 우리는 같은 동맹(나토)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중요한 한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그린란드와 그린란드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린란드뿐"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총리에 오른 프레데릭센은 트럼프가 1기 정부 당시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하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거부했다. 지난달 트럼프의 운하 환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던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7일 현지 매체를 통해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반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우선주의가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그의 태도가 20세기 초에 필리핀을 차지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팽창주의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곧 야당이 되는 미국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은 7일 회견 직후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짐 하임스 하원의원(코네티컷주)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일,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하임즈는 덴마크가 나토 회원국이라며 “그들을 이유 없이 화나게 해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그린란드와 멕시코만 개명 주장으로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뉴욕주)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하원 민주당은 그린란드 침공이 아니라 미국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일 파나마 콜론에서 촬영된 파나마 운하 수문.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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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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