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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저커버그, 트럼프 입맛 맞게…메타 ‘가짜 뉴스’ 걸러내는 팩트 체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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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메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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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앞으로 자사 플랫폼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사실을 규명하는 ‘팩트 체킹’(fact-checking)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취임을 열흘 남짓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입맛’에 맞춰 메타를 정비하는 모양새다.



저커버그는 7일 메타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제 표현의 자유의 근원으로 돌아갈 때”라며 “실수가 너무 많고 검열이 너무 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미국에서 팩트 체커를 없애고 엑스(X·옛 트위터)의 ‘커뮤니티 노트’와 비슷한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노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022년 엑스를 인수한 뒤 기존의 규제 정책을 버리고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이용자들이 허위 게시물을 자체 단속하는 형태를 표방하지만 절차가 복잡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그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애초 메타의 팩트체킹 정책은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거르지 않은 결과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면서 시작됐다.



저커버그는 “팩트체커들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됐고, 신뢰를 창출하기보다 망가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메타의 콘텐츠 관리 정책이 “지나친 검열”을 불렀다면서 이민 문제나 젠더 문제와 관련한 규제들을 풀고 콘텐츠를 걸러내던 기준을 상당 수준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정책 개편팀을 캘리포니아에서 “편견이 덜한”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기업들을 향해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는 세계 정부들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면서 유럽과 남미, 중국을 언급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유해 콘텐츠 유통을 방치할 경우 해당 기업의 연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해 메타 등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시엔엔은 “메타는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업계의 지배적인 플랫폼”인 만큼 “인터넷 전체를 마가(MAGA·트럼프 진영이 쓰는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친화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발표는 최근 저커버그가 트럼프 당선자를 향해 지속적으로 보내온 ‘충성’ 메시지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하자 저커버그는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 트럼프와 저녁을 먹고, 메타를 통해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5천만원)를 기부했다. 이어 2일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수석 고문을 지낸 조엘 카플란(56)을 글로벌 정책 책임자로 임명했다. 공화당 쪽과 연이 깊은 카플란을 메타에서 정책을 다루는 가장 높은 자리로 승진시킨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커버그는 지난 6일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유에프시(UFC)의 최고경영자이며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를 메타 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앞서 메타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에 난입하자 트럼프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는데, 이후 트럼프는 저커버그를 향해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등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트럼프를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낸 저커버그가 이번 발표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우파를 겨냥해 일방적 검열을 한다’는 트럼프 진영의 오랜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당선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일한 대기업은 거의 없었다”고 짚었다.



트럼프 코드 맞추기 외에도 저커버그의 이번 결정은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를 등에 업고 페이스북 등이 유럽에서 받고 있는 압력에 맞서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트럼프는 저커버그의 발표가 “훌륭했다”며 “그들이 참 먼 길을 왔다”고 말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반면 정보 전문가들은 메타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니콜 길 어카운터블 테크 대표는 저커버그가 “(2021년) 1월6일 발생했던 것과 같은 증오와 허위 정보, 음모론의 봇물을 다시 부를 것”이라며 “현실 세계의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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