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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불안한 공조’ 계속···‘지휘’ 거론한 공수처에 20년 전 굴욕 떠올린 경찰 “역린 건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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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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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 중 약 20년 전 사건을 갑작스럽게 꺼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체포·수색영장 집행 지휘’ 공문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다.

그가 말한 사건은 2005년 12월21일 벌어진 사건이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검사가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는데, 강릉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피의자를 데려가 유치장에 구금하라”고 지시했다. ‘의뢰 입감’이다. 그때 당직 근무 중이던 장신중 경정(당시 강릉서 생활안전과장)은 “야간에 피의자 호송을 공문도 없이 전화로 일방 지시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를 거부했다.

장 경정은 이 일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 결과 직무유기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수사지휘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 검사 지시 거부한 경찰 ‘직무유기’
https://www.khan.co.kr/article/201106210007175


“지휘 단어는 경찰 역린 건든 것”…“상호 협조 위해 조직 책임자들이 만나야”


이 일은 경찰 간부라면 대부분 기억하는 검·경 수사 지휘 갈등의 대표적 사건이다. 검사가 경찰에 수사 지휘를 이유로 상명하복식 명령 이행을 요구했고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경찰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사건이었다.

20년 전 사건을 특수단 관계자가 거론한 건 이번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지휘 공문 사건이 당시 경찰의 굴욕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경찰과 특별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휘’ 공문을 보낸 공수처가 과거 검사의 수사 지휘를 떠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 지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 년을 갈등한 경찰로선 이를 용납하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 지휘 규정은 폐지되고 검·경 관계는 ‘상호 협력’으로 재정립됐다. 그런데 공수처가 이 같은 법적 변화와 함께 협업 상대방인 경찰의 ‘지휘’ 거부감을 이해하지 못해 경찰의 반감을 자극한 것이다.

사건 당사자였던 장신중 전 강릉서장은 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휘라는 단어는 경찰로서는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이 상황을 보고 흥분하지 않은 경찰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조는 대등한 위치에서 해야 하는데, 지휘라는 단어를 쓴 건 부적절함을 넘어 경찰을 무시한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 반응도 격앙됐다.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너무 황당해서 화도 나지 않을 정도”라며 “검사도 자기들이 수사하는 사건 영장을 대신 집행하라고 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강력 사건을 오래 수사해온 한 경찰관도 “공수처가 처음부터 의지가 없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지휘 공문’ 논란은 공수처가 방침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미 불신의 씨앗이 심어진 두 기관의 공조가 제대로 된 합으로 이어지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신중 경정 사건을 연구했던 박노섭 한림대 융합과학수사학과 교수는 “공수처는 관행적으로 지휘라는 표현을 쓴 것 같지만, 과거의 지휘 개념은 검사가 판단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으로 해석해 경찰의 반발이 컸다”며 “중대한 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협의를 거치기 위해 실무자들이 공문을 보내며 소통하는 것과 별개로 경찰 특수단과 공수처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상의해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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