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기간 고려 주 2회 심리 요청…재판부 "주 1회 심리로"
영장실질심사 마친 후 대기장소 이동하는 박순관 대표 |
8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에 참석한 유족 8명은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이같이 주장했다.
아리셀 연구소장이었던 남편을 잃은 최모 씨는 "남편은 아리셀을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어 했고 배터리 업계 일인자가 되고 싶다며 끝없이 공부했었다"며 "배터리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고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순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합의 종용이 아닌 남편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정의로운 죽음이었다고 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과학자인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인간으로서 예의를 모르는 이들 부자를 엄중 처벌해달라"고 강조했다.
한 중년 여성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25세 딸은 선생님이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참사를 당해 너무 억울하다"며 "저도 딸을 따라가려고 몇번이나 생각했지만 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80대 노인은 "가슴이 먹먹하고 할 말도 없다"며 "아들 내외가 문을 열고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며 올 것만 같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는 유족 30여명이 찾았다.
박 대표는 유족들의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아버지 뒷자리에 앉은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된 박순관 대표 등의 1심 최대 구속기간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해 재판부에 주 2회의 집중 심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안으로 피해자 유족들은 경영책임자인 박순관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의 구속 기한이 3월 24일로 만료되기 전 판결 선고가 날 수 있도록 집중 심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월 말께 심리를 종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변호인은 "사건의 중대성 때문에 지금까지 가급적 재판 절차에 협조해왔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구속된 상태여서 변호인들이 반론 의견을 정리하는 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 2주에 1회 재판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눈물 흘리는 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가족들 |
재판부는 2월 말 예정된 재판부 인사 이동과 심도 있는 심리 등을 위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절충해 주 1회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정리했다.
다음 기일은 이달 13일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9월 24일 구속 기소됐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다른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을 포함한 4개 법인도 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불법 파견받은 비숙련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하다가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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