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취임 맞춰 '정치적' 결정… 비용 절감에도 이득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멘로파크 메타 본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처음 공개된 증강현실(AR) 안경 '오라이언'을 쓰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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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에 맞춰 기업들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며 메타가 일론 머스크의 X처럼 콘텐츠 검열을 약화하기로 하는가하면 맥도날드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폐지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영상 메시지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팩트 체크' 기능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테러와 아동 착취를 포함한 "정말 나쁜 것들은 계속 제거할 것"이라면서도 "콘텐츠를 조절하기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많이 구축했지만, 시스템의 문제점은 실수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로 게시물의 1%만 검열해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검열을 당한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팩트 체킹 기능을 없애는 대신 일론 머스크의 X와 유사한 소위 '커뮤니티 노트'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노트는 X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들이 의견을 달 수 있게 하는 것으로, X가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효율부' 수장이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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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구글도 유튜브 플랫폼에 제한된 그룹의 사용자가 X의 비디오와 유사하게 비디오에 노트를 추가할 수 있게 허용했으나 유튜브는 여전히 외부 사실 확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 노스이스턴대학교의 로라 에델슨 교수는 "메타의 새로운 움직임은 그들이 신뢰와 안전에 사용하는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고 꼬집었다. 메타의 팩트 체크 폐지는 현재로선 미국 서비스로 국한된다.
플랫폼은 플랫폼일 뿐 콘텐츠 퍼블리셔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던 저커버그는 2020년 미국 대선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담론을 단속하기 위해 비로소 팩트 체크 등 공격적인 조처를 취했다.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당시에는 추가 폭력 선동 우려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정지했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X는 물론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모두 트럼프 계정을 되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메타가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맞춰 '트럼프 친화적' 조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임명된 최고정책책임자 조엘 카플란은 공화당과 인연이 깊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 보좌관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는 페이스북을 "국민의 적"이라 부르며 선거 간섭혐의로 저커버그를 투옥하겠다고 위협했다. 이후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동맹들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취임 기금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메타 이사회에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인 데이나 화이트 UFC 사장을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다막 프로퍼티스'의 후세인 사지와니 회장이 미국 전역에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최소 200억 달러(약 29조96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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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메타는 이른바 '증오' 행위에 대한 정책도 업데이트했다. 사용자가 트랜스젠더 권리, 이민 또는 동성애에 대해 논의할 때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또 여성을 "가정의 물건이나 재산"으로 묘사하는 언어와 흑인,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non-binery·남녀 이분법적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를 비인간화하는 언어도 사용할 수 있게 보호 키워드에서 제거했다.
한편 미국 재계에선 기업들이 트럼프 취임에 발맞춰 빠르게 '우향화'하고 있다. 전날 맥도날드는 임직원 인사 시스템에 도입했던 DEI 정책 중 일부를 4년 만에 폐기한다고 밝혔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본 판례에 따라 정책을 재검토했다곤 하나, 트럼프 행정부의 컴백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유통업체 월마트, 농기계업체 존디어, 오토바이업체 할리데이비슨 등이 일찌감치 DEI 정책을 폐지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연방정부 내 DEI 프로그램을 종료시키자는 법안을 지난해 여름 연방 상원에서 발의하기도 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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