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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먹구름…젠슨 황 “새로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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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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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개선의 열쇠를 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제품의 설계 문제를 콕 집어 언급하며 품질 검증 절차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을 내비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내내 엔비디아에 곧 공급할 전망이라고 설명하다 결국 납품 승인을 따내지 못한 채 해를 넘긴 바 있다.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의 미래가 한층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은 7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삼성이 고대역폭메모리에 있어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하지만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23년 하반기부터 엔비디아에서 품질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8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가리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고대역폭메모리 설계를 새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젠슨 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 제품에 발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젠슨 황이 그런 문제를 에둘러 언급한 것 아닌가 싶다”며 “발열 때문에 설계를 다시 하는 중이라면 실제로 납품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 다시금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고대역폭메모리는 디램을 여러겹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대역폭)를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칩에 특화한 제품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려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각광받아왔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칩 1인자’ 엔비디아의 납품 승인을 1년 넘게 받아내지 못하면서 그 영향으로 회사 실적도 역성장을 거듭해왔다. 젠슨 황의 발언은 이런 악조건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셈이다.



경쟁사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높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께 8단 5세대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디램을 더 많이 쌓은 12단 5세대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올해 상반기에 12단이 8단을 제치고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예 8단 5세대를 건너뛰고 차세대 제품에 사활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설명회를 열 때마다 5세대 제품 공급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4월에는 “빠르면 2분기 말부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으며, 7월에는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10월에도 “현재 주요 고객사 퀄(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매번 엔비디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했으나 모두 공염불이 됐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연이은 번복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낸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8만3천원에서 7만7천원으로 내리고 “(엔비디아를 상대로 한) 고대역폭메모리 진입 시점이 지연된 점을 반영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라스베이거스/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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