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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기간 중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정직 징계를 받은 변호사가, 의뢰인과 분쟁 기간 중 사기 피해자들의 사건을 수임했다가 소송이 각하되는 일이 발생했다. 법원행정처는 정직 변호사의 사건 수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변협 쪽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ㄱ변호사는 지난해 4월 ㄴ씨 등 집단 유사수신 사기 피해자 59명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했다. ㄴ씨 등은 ‘최소 연 7%의 이자를 주겠다’는 가짜 자산관리법인에 속아 돈을 뜯긴 ‘유사수신 사기 사건’ 피해자들로, 피해 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다. ㄱ변호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초대하고, 게임 메신저 방송을 통해 소송 설명회를 개최하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광고하며 다수의 피해자를 끌어모았다. 그렇게 ㄴ씨 등 피해자 59명이 모였다. 이들은 가짜 자산관리법인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지난해 4월 ㄱ변호사와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소송위임계약 체결 당시 ㄱ변호사는 앞서 2023년 2월 정직 중 사건을 수임했다가 문제가 돼 또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변협은 지난해 5월 ㄱ변호사에 대해 정직 1년의 징계를 결정했고 징계 효력은 8월13일에 확정됐다. ㄴ씨 등과 수임 계약을 한 뒤 4개월 만에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지만 ㄱ변호사는 ㄴ씨 등에게 징계 사실을 알리지도, 착수금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지난해 8월 ㄴ씨 등이 제기한 민사소송은 인지대와 송달료가 납부되지 않아 ‘소장각하명령’으로 종결됐다. 그 뒤 ㄱ변호사는 “새로 소장이 접수됐고 사건번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피해자들에게 둘러댔지만, 설명과 달리 소송은 새로 접수되지 않았다. 현재 ㄱ변호사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8일 한겨레에 “정직 상태인 변호사의 직무 수행을 발견하고 변협에 ㄱ변호사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며 “동명으로 검색된 모든 사건목록을 송부하고, 각급 법원이 징계 변호사와 동일인인지 확인하도록 공문을 시행했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변호사회는 지난달 30일 ‘재발 방지 대책으로 동명이인 변호사가 관여하는 사건을 구분하기 위해 소송위임장에 ‘변호사 자격등록번호’를 추가 기재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소속 변호사들에게 발송했다.
결국 ㄱ변호사와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던 ㄴ씨 등 피해자는 최근 ㄱ변호사를 상대로 착수금·인지대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송을 대리하는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사기 피해를 입고 진행한 소송에서, 변호사로부터 2차 피해를 입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피해자들에게 징계 사실을 숨기고 또다시 피해를 입혔고, 심지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변협 차원에서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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