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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美서 나오는 동맹 위기론 “中 악의적 영향력 커지면 한국 정부 무너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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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권서 커지는 우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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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국정 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 한미 동맹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6곳이 작성한 윤 대통령의 1차 탄핵소추안에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펼쳤다’는 탄핵 사유가 기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시선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고문으로 활동했던 최측근 스티브 배넌(72)은 4일 자신의 팟캐스트(인터넷 방송) ‘워 룸’에서 과거 국방부에서 사이버 안보 등을 담당했던 존 밀스 전 육군 대령과 한국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넌이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얼마나 위험한가”라고 묻자, 밀스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얼굴 사진,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등이 표시된 서울 지도까지 보여주면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과 중국이 연계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그는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이 한국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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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약 파트너이자 반도체 산업 주요 국가로 여러모로 중요한데, 정부가 무너지면 동맹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했다. 밀스는 “6·25전쟁 이래 주한 미군 약 2만8000명이 주둔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퇴진하면 중국이 동맹을 훼손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밀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좌파·친중 인사이고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불렀던 인물”이라며 “그의 반미 노선이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와 일치하고, 좌파 정치인들은 극도로 반일 성향이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밀스는 국방 분야에서 활동해 온 미국 우선주의(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구호) 진영 인사다. 2023년 9월 반(反)트럼프 관료 조직에 대한 혁파 필요성을 제시한 책 ‘딥스테이트(숨은 권력 집단)와의 전쟁’을 낼 때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추천사를 썼다.

현직 연방 의원도 탄핵 주도 세력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63)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 의원은 6일 정치 전문 매체 ‘더힐’ 기고에서 “한국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이 미국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미·한 동맹과 미·한·일 3자 파트너십을 훼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국 공산당, 북한 정권 같은 우리 적들은 동맹의 약점을 악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반미 선동 증가는 적들에게 청신호를 준다”고 했다. 이번 기고는 계엄·탄핵 정국 이후 원내에서 탄핵 정치 세력을 공개 비판한 첫 사례다. 김 의원은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보장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정가에서는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등 강력 성토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야당이 당초 작성했던 1차 탄핵소추안에 “가치 외교라는 미명하에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전현직 외교관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에게서 “매우 충격적이었고 야당 주장이 잘못됐다” “한·미·일 공조는 옳은 선택이었고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해당 내용은 2차 탄핵안에서는 빠졌지만 우려의 시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존 햄리 전략국제연구소(CSIS) 소장은 지난달 본지에 “계엄령 선포는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지만 외교 성과를 탄핵 사유로 삼는 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야당 정치인들이 마치 기름 뿌린 바닥에 성냥을 켜려는 위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 주도 세력에 대한 미국 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 의회 내 초당적 연구 기관인 의회조사국은 지난달 26일 ‘한국의 정치적 위기: 계엄과 탄핵’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1차 탄핵안 내용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이 미국과 공조해 온 한·미·일 3국 협력 등 외교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외교 소식통은 “민주당의 반일(反日) 노선은 미 외교가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어렵게 성사된 한·미·일 협력까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스티븐 배넌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를 이끌었고, 1기 때 백악관 수석 전략가·수석 고문을 지내 ‘그림자 대통령’’대통령 뒤의 남자’로도 불렸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음모론을 퍼뜨려 가며 트럼프 지지자들을 좌지우지하고, 극우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에 경도됐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던 1·6 사태에 관한 의회 증언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4개월을 복역했다 석방됐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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