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하면서 체포영장 기한이 연장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출입구 인근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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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 무더기로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을 찾았다. 으레 정치인들이 지지층을 의식해 수사기관장을 찾아 항의하는 겉치레려니 했는데, 발언 수위를 보면 선을 넘은 처신이었다.
이들은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걸 따졌다. 이철규(간부후보생 29기) 의원은 "체포·수색영장이 무효인데 어떻게 집행할 수가 있느냐"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경찰 내부에서 "협박처럼 느껴졌다"는 반응이 새어 나왔다. 옛 상관이던 의원의 훈계가 정상적 의정활동의 범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친윤석열계' 의원이 피의자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법절차 집행에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 셈이다.
더군다나 그 전날 법원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낸 체포·수색영장 집행 이의제기 신청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이 든 무효 사유 세 가지, ①서울중앙지법 아닌 서부지법 영장 청구 ②공수처의 수사권 없는 내란죄 수사 ③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111조(군사상·직무상 비밀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 불가) 적용 예외 기재 중 어느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애초 체포영장 발부 자체로 수사 정당성은 인정된 것이고, 전날 이에 대한 불복도 기각됐는데 막무가내로 "무효"를 외치며 협박성 발언을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오랜 기간 법 집행기관 종사를 발판 삼아 의원 배지를 달고서 법원이 내준 영장대로 움직인 경찰에 고함치는 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의원은 경찰청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도 아니다. 화력을 보탠 경찰 출신 김석기 서천호 이만희 의원도 다른 상임위 소속이다. 항의 방문 전 새벽에 동료 의원 40명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윤 대통령 엄호"를 외치며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저지한 대통령경호처를 두둔한 것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경찰대 2기 박종준 경호처장은 5일 법원의 이의신청 기각 결정이 나온 뒤에도 윤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 온 영장 '논란'을 명분 삼아 경찰 등 공조수사본부의 영장 집행 저지선 구축을 정당화했다. 관저 안을 철조망으로 두르고 버스 벽을 서너 겹으로 치며 요새화했다. 3일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의 출석 요구를 두 차례 받았으나, 경호 수장이라 공무 집행 방해죄 정도는 훈장으로 여길 것으로 보인다.
정국이 어지러울수록 맹목적 충성과 터무니없는 공세보다는 법의 테두리부터 진중하게 의식하는 게 마땅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판 결과에는 일단 승복하는 게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근본 동인"이라 했다.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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