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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집회 투입된 경찰은 尹정권 부역자일까[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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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집회서 경찰 부상…주최 측, 사과 없이 분노 일색

'경찰=적' 프레임에 의존하는 집회 구호 언제까지

뉴스1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탄핵 찬성 집회에 나선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관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2025.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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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 대원이 크게 다쳤습니다. 피를 많이 흘리고 있습니다. 폭력 행위를 멈춰주시기를 바랍니다.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한남대로를 메운 집회 구호를 뚫고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동대원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곧이어 경찰들이 다친 동료를 둘러쌌다.

지난 4일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기자는 체포 직후인 오후 12시 50분쯤 한남동에 도착했다. 10차선 도로에는 기동대원과 시위대가 엉겨 있었다. 연행된 조합원 두 명은 격앙된 표정으로 경찰 차량에 올라탔다.

주최 측은 경찰의 체포가 폭력적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 노조 간부는 "민중의 지팡이로 국민을 때리는 건 경찰이 아니라 견(犬)찰"이라고 했다. 사회자는 "우리가 정당했다"며 "연행 조합원을 즉각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폴리스 라인을 지키는 기동대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급기야 몇몇은 경찰관 얼굴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갖다 대며 "윤석열 정권의 부역자가 된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과격한 시위 방식을 장난스럽게 묘사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무대에 올라 "오늘 집회에 와보니 친구들이 왜 '말 안 들으면 민주노총 부른다'고 하는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민주노총의 행위를 하나씩 꼬집으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에 관해 말하고 싶다. 이날 민주노총은 밤새 집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늦은 밤이 되도록 경찰관 폭행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일선 경찰들을 향한 폭언을 말리기는커녕 방치했다.

집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과 시위대가 부딪히는 건 어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맞서 싸울 대상이 명확해야 더 잘 뭉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집회 현장의 맥락일 뿐 경찰관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날 오후 2시쯤 젊은 여성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교사와 동성애자, 페미니스트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교사임과 동시에 페미니스트이고 동성애자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라고 여성우월주의가 아니고, 레즈비언이라고 남성을 혐오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누군가에 붙은 이름표는 그 존재를 다 담지 못한다. 민주노총을 '폭력 집단'이라고 호도하는 게 부당하듯, 경찰을 '정권의 부역자'라고 부르며 비아냥하는 일도 옳지 않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을 향한 프레임을 부정하는 그 논리로 경찰을 겨냥한 구시대적 구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오후 9시쯤 시위대 구호가 잠시 잦아들었다. 얼어붙은 손을 녹이다 경찰관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딸을 타일렀다. 그러고는 "알겠어 아빠 안 다치게 조심할게. 얼른 자"라며 전화를 끊었다.

길 건너편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기나긴 겨울을 통과해 맞이할 세상의 집회는 '아빠'와 '경찰'을 모두 담을 수 있길 바라본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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