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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노화 없이 젊게 사는 기술, 꿈 아닙니다”…5년 내 세포치료 시대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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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의사과학자
차광렬 차병원그룹 연구소장

체외에서 대량생산 가능한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세포주
지금이 연구개발 골든타임

국내 줄기세포 규제 심해
환자들 일본으로 원정 치료
매년 수천억원 국부 새나가


매일경제

차광렬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차움에서 ‘전 국민 세포은행’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차병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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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년간 진화한 세포 연구로 인간 생로병사의 비밀을 밝혀라!”

빠르게 늙어가는 세계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 명운을 걸었다. 지금 당장 무병장수할 수 없다면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시간을 거슬러 젊어지기라도 해야겠다는 심산이다. 그렇게 젊게 버티다 보면 ‘오가노이드’로 장기를 만들어 교체하면서 오래 살 날이 올지도 모른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신년 인터뷰를 하면서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놨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세포 치료제 시대’를 다녀온 사람 같았다.

특히 전 세계가 세포 치료제 개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세포 주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한국인 세포주’ 50개를 확보하고 전 국민이 자기 세포를 보관할 수 있는 ‘셀뱅킹(세포은행)’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차 소장은 “우리는 수정란(배아)이 아닌 난자만으로 인공자극을 주어 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 특허를 갖고 있다”면서 “이 기술로 단성생식 세포주 50개만 확보한다면 전 국민이 별다른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다양한 질환을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난자와 성인의 체세포를 결합해서 만드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건 자기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궁 외 임신 등으로 얻을 수 있는 태아 줄기세포처럼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년 넘게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해 왔지만 차 소장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 않는다. 특히 이 분야는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지론이다. 차 소장은 “세포는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 메커니즘을 아직 알 수 없다. 지금 연구 수준도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라며 “45억년을 살아온 세포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딥러닝을 마친 인공지능(AI)’과 같아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정해진 미래’나 다름없는 AI 연구를 무작정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세포 치료제 연구도 길을 터줘야 한다고 봤다. 내 몸에서 추출한 세포에 한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사용하게 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내 줄기세포를 배양해 다시 맞는 것도 불법이어서 많은 환자가 일본으로 원정을 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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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렬 소장. [사진 제공 = 차병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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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시술’로 간주해 의사 재량에 맡긴다. 사실상 규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규제에 가로막혀 많은 환자가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수천억 원의 국부가 유출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맞는 방법도 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몇 번 쓰면 면역 거부 반응이 올 수 있다. 이에 반해 자기 줄기세포는 수십 번을 맞아도 거부 반응이 없고 효과 또한 훨씬 더 뛰어나다. 차 소장이 자가 줄기세포 규제부터 풀고 연구할 길을 터주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우리가 남을 위해 헌혈도 하고 골수이식도 하지 않나. 내 줄기세포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게 맞는다”면서 “자가 줄기세포 사용 규제는 확 풀어주고, 타가 줄기세포는 깐깐하게 의약품처럼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렇게 줄기세포 배양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다른 분야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 소장은 “향후 5년 안에 세포 치료제 시대가 열릴 텐데 세포주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치료제도 개발해야 하고 임상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 시스템도 구축하려면 한시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바이오 한다면서 왜 자꾸 병원을 키우냐’고 하는데, 연구를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병원과 합을 맞추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면서 “7개국 96개 차병원 네트워크를 CGT 시대의 핵심 거점으로 키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제2판교 캠퍼스에 ‘CG뱅크(Cell Gene Biobank)’를 만들고 있는 것도 세포 치료제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여는 CG뱅크는 CGT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줄기세포는 물론이고 면역세포, 제대혈 같은 모든 세포를 집약해 보관하는 바이오뱅크를 비롯해 바이오의약품 CDMO,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제조시설이 들어선다. 차병원그룹의 제약바이오 역량을 집약한 이곳에서 CGT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용어 설명>

세포주 : 체외에서 대량 배양이 가능한 세포로, 세포주 개발은 바이오의약품 연구의 핵심 플랫폼 기술이다. CGT를 개발하려면 DNA나 RNA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전달하는 운반체가 필요한데 세포주는 이런 운반체를 생산할 때 활용된다. 어떤 세포주인지가 최종 개발 품목의 품질, 안정성, 생산성 등 경쟁력을 좌우한다.

오가노이드 : 성체 줄기세포와 배아 줄기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든 ‘3차원 세포 집합체’로, 장기유사체라고도 한다. 간이나 소장 등 미니 인체 장기를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고, 환자의 유전정보에 기반한 맞춤 의료와 약물 스크리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 차광렬 연구소장은…

△1952년 서울 출생 △1977년 연세대 의대 최우등 졸업 △1983년 연세대 의학대학원 졸업(의학 석사) △1988년 세계 최초로 폐기되는 난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로 체외배양 임신 성공 △1988년 국내 최초 복강경 수술 시행 △1998년 세계 최초 유리화 난자동결 보존법 개발 △1999년 뉴욕 차 컬럼비아 난임센터 개설 △1999년 컬럼비아대 산부인과 교수 △1999년 세계 최초 난자은행 설립 △2014년 세계 최초 성인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 확립 △1984년~ 차병원·차의과학대·미국 LA 차병원·호주 난임센터·차바이오텍·차백신연구소 등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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