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1000곳, 110㎢ 이상 소실돼 80조원 피해 예상
퍼시픽팰리세이즈서 시작해 최고 시속 160㎞ 돌풍 타고 급속히 번져
소방인력·용수 부족에 대부분 진화율 0%…바이든 대통령, 재난지역 선포
트럼프 “산불은 뉴섬 탓”…뉴섬 측 “완전한 허구”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차량과 주택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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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첫 산불이 돌풍을 타고 번지는 가운데 추가로 크고작은 다른 산불들이 이어지며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바람을 탄 불씨가 시내와 민가로 번져 불을 옮기는 와중에 소방당국은 인력은 물론 소방용수마저 부족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LA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이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로 인해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7일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과 허스트에 이어 8일 아침 우들리에서도 각각 산불이 났다. 이어 올리바스와 리디아,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추가 산불이 보고되면서 7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LA와 그 주변 지역을 초토화하고 있다.
CNN 집계에 따르면 팰리세이즈 산불로 1만5832에이커(약64㎢)가 불에 탔고, 이튼 산불로 1만600에이커(약 43㎢)가 소실됐다. 허스트 산불은 700에이커(약 2.83㎢), 우들리 산불은 30에이커(약 0.12㎢), 올리바스 산불은 11에이커(약 0.05㎢), 리디아 산불은 80에이커(약 0.32㎢)를 각각 집어삼켰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할리우드 힐스 산불의 범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미 여의도 면적(4.5㎢)의 25배 가까운 110㎢ 이상을 화마가 집어삼킨 셈이지만,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리디아 산불만 30%의 진화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산불의 진화율은 여전히 0%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대피령 적용 인구는 현재까지 15만5000명…초등학교 두 곳 전소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로 에이브슨 리더스 초등학교가 불길에 휩싸였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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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집계에 따르면 이번 LA 카운티 대화재로 인한 대피령 적용 인구는 현재까지 15만5000명에 이른다. 이튼 산불로 7만명, 팰리세이드 산불로 6만명 등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밤 사이 10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고, 150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세이즈에서는 초등학교 두 곳이 전소되고, 고등학교 한 곳도 30% 이상 파괴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 규모도 520억 달러(약 75조9000억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간밤에 어둠과 강풍 여파로 진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불어날지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는 5명이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화재 진압에 난항…소방용수도 부족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로 정부 관계자들이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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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주택 600여개의 건물이 불에 탄 2008년 실마 화재, 주택 500여채가 소실됐던 1961년 벨에어 화재에 이어 가장 파괴적인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튼 산불은 1월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는 41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타오르는 불씨들이 마치 반딧불이 떼처럼 방향성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중에 짙은 연기가 도시의 낮과 밤을 뒤바꿔 놓은 모습이라고 NYT는 현지 상황을 묘사했다.
1400여명의 소방수가 투입돼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화재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1∼2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진화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소방용수 부족은 진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마크 페스트렐라 LA카운티 공공사업국장은 “다수의 소화전에서 몇 시간 동안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시스템이 버티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당국은 주민들에게 물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최악의 산불’ 캘리포니아 재난 지역 선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산타모니카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로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한 모습.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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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섬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소방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 재난 지원금 지급을 승인, 현재 연방 소방 장비와 인력이 LA 일대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LA를 방문하던 중 뉴섬 지사와 통화한 뒤 성명을 통해 “진화에 필요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며 “행정부는 대응 지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화재 피해를 급속도로 확산시킨 강풍이 다소 수그러진 점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최고시속 100마일(약 161㎞)에 이르던 풍속은 8일 오후에는 시속 50∼60마일(약 80∼96㎞) 수준으로 누그러졌다.
이에 강풍으로 이륙하지 못하던 헬리콥터와 비행기도 소방 활동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뉴섬, 빙어 보호하느라 물공급 제한”…뉴섬 “완전한 허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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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뉴섬 주지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뉴섬 주지사가 어류를 보호하느라 캘리포니아를 통해 더 많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북부에 비축된 수백만갤런의 물을 캘리포니아의 여러 지역으로 유입하도록 허용하는 선언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빙어(smelt)’라는 쓸모없는 물고기를 보호하느라 캘리포니아 주민들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 소화전을 위한 물도 없으며, 소방용 비행기도 없다. 진정한 재앙이다”고 비판했다.
이는 빙어를 보호하기 위해 수량이 풍부한 캘리포니아 북부 새크라멘토-샌 호아킨 삼각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물의 양을 제한한 조치를 비난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기간 이곳의 물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공약하는 한편, 뉴섬 주지사가 이러한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경우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섬 주지사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이제 궁극적인 대가가 치러지고 있다. 이 무능한 주지사에게 아름답고 깨끗한 물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유입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고 지적했다.
또 “뉴섬과 그의 LA 직원들이 진화한 화재는 0%에 불과하다. 어젯밤보다 더 심하게 불타고 있다”며 “이건 정부가 아니다. 나는 1월 20일(대통령 취임식)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LA 화재는 비용 면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것”이라며 “보험회사들이 이 재앙에 지불할 충분한 돈이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같은날 뉴섬 주지사 측은 엑스(X·옛 트위터) 트럼프 당선인의 글을 “완전한 허구”라고 전면 반박했다.
뉴섬 측은 “물 복원 선언과 같은 문서는 없으며, 이는 순전히 허구”라며 “주지사는 정치를 하지 않고 사람들을 보호하고 소방관들이 필요한 모든 자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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