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제3자 추천·외환유치죄 반영안 발의
“거부할 명분 없앤다”…정쟁보다 실속
與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 시작할 것”
“민주당식 특검 만능주의 반대” 우려도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돌아온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법안 4개,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되자 야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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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박자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던 ‘내란 특검법’의 여야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부딪힌 기존 안이 8일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자, 민주당이 ‘제3자 추천권’ 등을 명시한 특검법을 새롭게 발의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서도 독소조항을 제외한 특검법 논의 개시를 예고했다. 그간 특검을 놓고 충돌했던 여야가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합의안 도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재의결에서 부결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일부 수정해 이날 다시 발의했다. 앞서 특검 추천 권한을 야당에만 부여했던 것과 달리 ‘제3자 추천권’을 명시하고, 수사 범위에 외환유치죄를 추가했다.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공모해 전단(전쟁의 시작)을 열게 하는 행위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할 명분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여당이 ‘위헌적’이라 반발한 특검 추천권 등 조항을 수정한 대신, 수사 범위를 넓혀 특검 강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민주당의 새로운 특검법은 ‘야당 주도 처리→거부권 행사→국회 재의 부결’을 반복하기보다 특검의 첫발을 떼는 ‘실속’을 택한 행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검을 통한 돌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체포에 불응하고 일체 수사에 응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려고 하면 특검이 임명되는 게 좋다”면서 “(특검의) 야당 추천, 피의사실공표 등이 문제라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데 그걸 수용한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어떻게 됐든 특검이 출발하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추가 이탈표가 나올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인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재의결 없이) 1차 표결에서 200표가 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부결 법안에서 독소 조항을 걷어내는 것 또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쌍특검(내란 특검 및 김건희 특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특검 재의결을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한 특검 수정안을 논의해보자’라고 제안한 바 있다.
달라진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계엄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 이탈표 단속을 위한 셈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찬성한 사람들이 있는데 언제까지 막을 수만 있겠나”라며 “원내대표가 수정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의) 특검법이 통과됐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무기명으로 실시된 내란 특검법 재의 표결은 국회의원 300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지난해 12일 1차 표결(재석 283명 중 찬성 195명) 당시보다 늘어난 ‘최소 6표’의 이탈이 발생하면서 가결선(200표)까지 단 2표 차이였다.
다만 당 내에선 특검법 협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의 새 특검법이 사실상 수위를 끌어올린 데다, 특검에서 추가 의혹이 나올 경우 탄핵 정국을 심화시키며 여권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동안 민주당의 여러 특검 요구를 반대했던 당의 기조를 뒤집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아직 공수처의 계엄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라며 “민주당 마음에 안 든다고 수사주체를 골라먹듯이 특검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냐. 민주당식 ‘특검 만능주의’에 휩쓸리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K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표면적으로 밝히기는 ‘제3자 특검법’이라고 하지만,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또 법치주의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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