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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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 목록을 비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뒤집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공개하는 결정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으며, 비공개 행위의 정당성과 적법성 등을 판단해 법원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작성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공개 청구를 거부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송 변호사는 2017년 5월 대통령기록관에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이 작성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냈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시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고,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17조1항)을 근거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회의원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길게는 30년까지 비공개된다. 이에 송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송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관한 정보공개 원칙, 알 권리의 시의적절한 실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아무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선정해서는 안 되며 요건을 갖춘 기록물에 한해서만 보호 기간을 지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기록관은 일반적인 관리업무를 하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공개 청구를 거부했다면 위법한 판단은 아니라고 봤다. 대통령기록원에 비공개 행위의 유·무효나 적법 여부를 판단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보호기간 설정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 행위와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심은 국가기록원이 말하는 (비공개 행위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석명하고, 이에 따라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게 맞는지 심리를 거쳐 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없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원심 파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보호기간 중에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 하더라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원의) 비공개 열람·심사가 이뤄져야 할 때는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며 “(비공개 행위가) 대통령에게 높은 재량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해도, 국회가 제정한 법에 근거해 이뤄진다면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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