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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매번 생기는데, 20년 넘게 주의하라고만 하면 뭐합니까.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거죠.”
지난해 연말에도 ‘올빼미 공시’가 기승을 부렸다. 올빼미 공시는 기업이 악재성 정보를 연휴 직전 장 마감 후에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공시 의무는 지키되 주가에 미치는 여파를 최대한 줄이려 투자자의 관심이 떨어질 시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꼼수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올빼미 공시라는 말이 언제부터 언론에 나왔는지 찾아봤다. 네이버뉴스 검색 상 2001년부터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증권거래소가 의도적으로 공시를 지연한 기업 대표이사 앞으로 주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안이 적어도 24년 넘게 이어진 ‘지겨운’ 문제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이듬해(2020년) 5월부터는 아예 ‘상습범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칼을 뽑았다. 1년간 2회 이상 혹은 2년간 3회 등 악재성 주요경영사항 관련 정보를 명절과 같은 연휴 직전이나 연말 폐장일에 공시한 기업이 대상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까지 걸린 기업은 ‘0′곳, 한국거래소의 엄포와 달리 무도 썰지 못했다.
물론 거래소도 나름대로 억울한 면이 있다. 기업의 고의성이 의심되는 내용이 많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빼미 공시는 불성실 공시랑 다르게 공시 의무를 어긴 것이 아니고, 소명을 받아보면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하지만 올빼미 공시는 불법은 아닐지언정, 잘못은 잘못이다. 연휴 직전 기업의 악재 공시를 확인한 투자자는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도 못한 채로 즐거워야 할 연휴를 언짢은 상태로 보내야 한다.
최근 사례 중에선 ’불금‘이었던 2024년 11월 8일 오후 6시 44분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보낸 이수페타시스가 있다. 그간 시장에 떠돌던 ’유상증자설’을 부인해 온 회사가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시를 낸 지 나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결국 다음 거래일이었던 11일 주가는 22.68% 하락했다. 참고로 이 회사는 거래소가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돼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성실 공시에 준하는 처벌을 할 수는 없다. 단순히 연휴나 주말 직전 공시했다는 이유로 기업을 이른바 죄인 취급하는 건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거래소라면 끊임없이 기업이 책임감 있게 공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올빼미 공시에 대한 거래소 대응은 유의 사항을 미리 공지하고, 악재성 공시를 연휴가 끝나고 팝업 등을 통해 재공시하는 게 전부다. 주말이나 연휴 직전 장 마감 후 나온 공시를, 다음 거래일 장 전에 일괄적으로 재공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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