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레바논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회 투표에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조셉 아운 레바논 육군 참모총장.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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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의회가 9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2년 넘게 공석이었던 대통령을 선출한다. 미국 등 서방의 물밑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조셉 아운 레바논 육군 참모총장(60)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의회는 2022년 10월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2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던 후임 대통령을 선출한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긴 내전을 겪은 레바논은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마론파 기독교), 총리(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이슬람 시아파)을 각 주요 종파가 나눠 맡는 독특한 권력 분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6년 임기 대통령을 국회의원 투표로 선출하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대통령 선출이 번번이 무산됐고 2년 넘도록 공석이었다.
레바논의 핵심 정치세력이자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지지해온 술레이만 프란지에가 전날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아운 참모총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판세가 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당인 아말운동이 새 대통령으로 프란지에 후보를 고수하면서 그간 다른 후보의 출마를 견제해 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어 상당수 시아파 의원들이 아운 참모총장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9월부터 두 달여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고강도 공격으로 수뇌부가 연이어 사망하는 등 조직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달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축출되며 레바논에서의 이란의 영향력 역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아운 참모총장은 공식적으로 대통령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과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부터 미국이 지원하는 레바논군 사령관을 맡아 왔으며, 미국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이후 레바논에 친서방 대통령 선출을 추진하며 그를 물밑에서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각각 지원하려던 군사 예산 9500만달러(약 1380억원)와 750만달러(약 110억원)를 레바논 정부와 레바논군에 지원한다고 전날 발표하는 등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도 나섰다. 레바논군은 지난해 11월 말 휴전협상이 타결된 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양측이 맞붙었던 남부 국경지대를 통제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피라스 막사드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사우디, 프랑스, 카타르 특사의 방문 이후 레바논 중도파가 아운 쪽으로 돌아섰다”면서 “특사들이 아운이 필요한 인물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루트 소재 레바논아메리칸대학교의 아마드 살라메이 정치학 교수는 “레바논이 외국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역시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128석 의회에서 어느 후보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 2차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인 86표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가 치러진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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