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LVCC 센트럴홀. 삼성전자 부스와 TCL 부스가 나란히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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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부스 위치 이야기다. 저렴한 맛에 사용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기업을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가전시장의 패권을 쥐고자 하는 중국기업의 테크 굴기 속도가 매섭다.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LVCC 센트럴홀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로라하는 가전기업들의 부스가 모여 있었다.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 TCL 부스가 자리를 잡았고, LG전자 부스 뒤로는 창홍 부스가 세워졌고 하이센스 부스도 가까웠다. SK그룹 통합 부스 옆은 하이신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마다 같은 자리에 부스를 설치하고 터줏대감처럼 관람객을 맞이해 왔다. 인파가 가장 몰리는 지점이다. 중국기업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가전시장에서 후발주자 취급을 받아온 중국기업이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와의 기술력 비교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디스플레이업체인 하이센스와 TCL은 삼성전자와 LG전자와 비슷한 규모의 부스를 꾸렸다. 전시관 구성마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모방했다. 중국기업이라는 표식이나 색채를 배제하고,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선수를 초청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인공지능(AI)에 주력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의식한 듯 AI 라이프스타일을 키워드로 잡았다. 고화질 TV부터 냉장고, 일체형 세탁·건조기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과 유사한 라인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TCL이 CES 2025에 참가하면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LVCC 센트럴홀 내 부스에 전시한 TV.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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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TCL은 초고출력 칩을 삽입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전문가용 모니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태블릿, 스마트폰, 증강현실(AR) 안경 등에 활용되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특히 다양한 AI 기능이 지원되는 액정디스플레이(LCD)와 잉크디스플레이(E-Ink)를 결합한 디스플레이 ‘NXTPAPER’ 홍보에 열과 성을 다했다. 삼성전자의 AI 반려로봇 ‘볼리’와 유사한 ‘에이미’도 눈에 띄었다.
하이센스는 116인치 RGB 미니 LED TV를 내놨다. 색상을 선명하게 구현하면서도 발열로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델인 QD-OLED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탠드형 TV는 LG전자 ‘스탠바이미’와 똑같아 보였다. 하이신의 신제품은 자체 개발한 AI 칩셋이 탑재된 울트라LED TV다.
글로벌 TV시장 점유율도 격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TV 판매량을 보면 하이센스가 13.6%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TCL은 11.4%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18.1%로 선두를 지켜냈지만, LG전자는 11.3%로 4위까지 밀려났다.
중국가전업체 로보락이 CES2025에서 공개한 로봇청소기 ‘사로스Z70’. [이가람 기자] |
우리나라 가전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기업 로보락의 로봇청소기는 우리나라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다. 로보락은 올해 CES에서 로봇청소기에 팔을 달았다.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면서 마주친 쓰레기를 치우는 기능을 시연했다.
올해 CES 참여 기업을 국가별로 분류하면 중국에서 1339개 기업이 참가했다. 개최국인 미국(1509곳)의 뒤를 잇는다. 미중 갈등 국면이 심화로 투자 제한 규제를 받고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숫자다. 우리나라에서는 1031곳이 참여했다.
복수의 산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굉장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며 “이제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고 어필하고 있다. 세계 및 국내 가전시장을 중국기업들이 점유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 = 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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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기업의 가전은 상호연결을 중시하고 중국 기업의 가전은 각개전투 형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개인화 AI 홈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했다. 전자업계에서는 기술력 성장이 최고의 대응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 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해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중국기업들의 발전이) 그동안 위협에 대한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응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한다”며 “제품 우위를 계속 유지하고 원가 경쟁력을 따라 잡아야 한다. 사업 모델 고도화와 사업 방식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 없던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과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변화의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을 차별적 고객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업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LG전자는 내·외부 전문가들과 이슈별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을 만들었다. 통상 정책과 관련해서는 스윙 생산 전략이나 선행 생산 같은 재고 전략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다. 점검 체계도 새롭게 구축했다. 사업조직마다 리더십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과제를 챙기는 형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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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종희 삼상전자 부회장도 간담회에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강조했다. 알아서 맞춰 주는 홈 AI를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가족의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와 여가까지 다양한 상태에 맞춘 경험을 중요시했다.
한 부회장은 “경쟁자가 많아졌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술 혁신 포인트가 생겼다는 좋은 의미“라며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니까 경쟁사들도 유사한 제품을 갖고 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차이점을 주기 위해 소비자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알려 주고, 추천해 주는 부분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일일이 설정하지 않아도 연결된 기기들이 내 상황에 맞는 기능을 수행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주고 가족을 세심히 케어해 주는 것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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