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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송파 창고 현금 절도 사건’ 피해자, 주식 사기로 재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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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베트남에서 사채업 준비”

“범죄 수익금? 억울…리딩방 사기도 무죄”

조선일보

경찰이 지난해 심씨가 갖고 있던 현금 40억1700만원을 압수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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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의 한 무인 창고에 창고 관리자 40대 심모씨가 보관돼 있던 현금 수십억 원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심씨는 검거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9일 열린 1심 공판에서 현금 주인(창고 임차인) B씨의 변호인 측이 “피해자가 주식 리딩방 사기로 재판을 받은 전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범죄 수익금설(說)’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무인 창고에서 사라진 현금의 행방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9일 오전 11시쯤 야간방실침입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심모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은 창고 중간 관리자로 일하던 심씨가 지난해 9월 12일~13일 창고에 있던 5만원권 현금을 여행 가방 6개에 담아 경기 부천의 한 건물에 은닉한 사건이다. 심씨는 범행을 완료하고 현금 보관 창고에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날 재판에서 심씨 측은 현금 절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68억원을 훔쳤다는 공소사실과 달리 약 42억원을 훔친 것만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밀번호를 이미 알았기 때문에 방실침입 혐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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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형 창고에 보관된 현금 수십억 원을 훔쳐 달아났다 붙잡힌 창고 관리직원 심모씨가 지난해 10월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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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왜 B씨는 한국에 없느냐?” B씨 측 “주식 리딩방 사기로 재판 받아서 심적 부담”

그런데 이날 재판에서 검사 측이 B씨(창고 임차인) 측에 “왜 한국에 입국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변호인은 이에 “수사 기관에서 절도를 당한 자금의 출처를 수사 중이고, 지난해 피해자가 한 중견 기업의 주식 리딩방 사기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어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경기 부천에서 심씨가 훔쳐 달아난 현금을 확보한 뒤 이를 B씨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B씨 측은 이에 환부 신청(법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을 했다.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는 B씨가 창고에 보관한 자금의 출처를 내사(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 범죄 수익금의 일부일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피해자의 여자친구인 30대 여성 C씨도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어 검사 측은 “B씨의 증언이 필요한 데 입국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왜 증언이 필요한 지는 모르겠지만 검사나 판사가 출석 권유를 하면 우리도 권고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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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는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수십억원 현금을 훔쳐 달아난 직원 40대 남성 A 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 신고 금액은 68억원에 이른다. /송파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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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측 “베트남에서 사채업 준비…주식 리딩방 사기도 무죄"

이날 재판 후 B씨 측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B씨가 원래 베트남에서 사채업을 준비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체류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어 “B씨는 외국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지난해 우연히 입국을 했다가 주식 리딩방 사기 주범으로 지목돼 6개월 이상 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증언들의 신빙성이 떨어져 무죄를 선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에서는 피해 금액을 범죄 수익금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라 억울하다”며 “물론 B씨가 주식 리딩방 주범으로 몰린 것을 보면 범죄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이 현금 장사인 대부업을 하기 위해 마련한 현금일 뿐, 범죄 행위로 얻은 자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8억? 42억? 변호인들의 주장은

한편, 사건 발생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정확한 현금 액수도 이날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다. 검사측과 피해자측은 약 68억원을, 피고인은 약 42억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68억원이라는 주장도 피해자측의 단순 주장일 뿐, 이를 증명할 단서나 증거는 없는 실정이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은 “분명 피고인이 어딘가에 은닉했을 것”이라며 “나머지 사라진 금액의 행방이 피고인의 형량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훔친 금액은 약 42억원이 맞는다”고 맞섰다.

[이호준 기자(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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