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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런 사람 의외로 많다?” 집 음식 쓰레기까지…거리 쓰레기통 충격 실태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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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쓰레기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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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누가 봐도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들.”

과일·달걀 껍질, 먹다 남은 밥과 반찬 등. 음식 쓰레기도 넘쳐난다. 쇼핑몰 포장 쓰레기에 라면 봉지, 가정용 샴푸 통까지.

이게 다 거리에 배치된 공공 쓰레기통에서 실제 나온 쓰레기들이다. 걷다가 밥을 먹지 않는 한, 도로에서 라면을 끓여먹지 않는 한, 공공 쓰레기통에 있을 리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을 그대로 공공 쓰레기통에 버린 것. 심지어 기본적인 분리배출도 모르쇠다. 멀쩡히 재활용품 통이 따로 있지만, 그저 비닐봉지 하나에 묶여 버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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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에 설치된 기존 쓰레기통(왼쪽)과 새롭게 설치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오른쪽).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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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해당 쓰레기통에서 가정 쓰레기가 다수 발견된 이유, 바로 ‘큰 입구’에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쓰레기통 확대 정책과 함께 내놓은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 디자인이다.

시민 편의 차원에서 버리기 쉽게 입구를 넓혀 새롭게 디자인했지만, 무단투기 확대나 분리배출 미흡 등 부작용이 벌써 적지 않다. 편의성을 증대한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쓰레기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각별한 관심과 올바른 사용이 시급하다.

쓰레기통 뒤져보니…불법 쓰레기 ‘난리’
헤럴드경제는 서울 중심가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 15개소 중 관광지 밀집 지역을 제외한 5개소(종로구 2곳·중구 2곳·동대문구 1곳)의 쓰레기 무단투기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5개소 쓰레기통 모두 가정용 쓰레기가 무단투기돼 있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가 심각했다. 주로 비닐봉지에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혼합해 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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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가로 쓰레기통 5개소에서 나온 쓰레기.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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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상황은 심각했다. 동대문구 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은 비닐봉지에 담긴 불법투기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한 시민이 검은 비닐봉지에 쌓인 쓰레기들을 밀어 넣는 모습도 발견했다.

해당 시민이 무단투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들을 꺼내 내용물을 살펴봤다. 봉지 안엔 과일 껍질을 비롯, 음식물 쓰레기가 다수 섞여 있었다. 청소도구 등 생필품 포장지도 있었다.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굳이 공공 쓰레기통까지 가져와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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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대문구 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불법투기 쓰레기.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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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비닐봉지 안에는 대형마트 영수증, 샴푸 통, 음식물쓰레기 봉투 안 음식물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가정 쓰레기뿐만 아니다. 종로구에 설치된 한 쓰레기통에는 바로 인근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행사 업체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밧줄 등도 가득했다.

이는 모두 불법이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비닐봉지 등 간이보관기구를 이용하여 폐기물을 버린 경우 20만원, 사업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버린 경우 최대 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입구 넓혔더니 ‘무단투기’…얌체족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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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이 밧줄 등 사업체 폐기물로 가득 차 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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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서울에 다수 설치된 공공 쓰레기통엔 가정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입구가 좁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대다수 거리 쓰레기통는 입구가 좁은 디자인을 유지 중이다.

실제 기존의 쓰레기통을 확인해보니, 불법 투기 폐기물이 현저히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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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쓰레기통 내부.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왼쪽)이 각종 혼합 쓰레기물로 가득한 반면, 기존 쓰레기통(오른쪽)은 비교적 재활용이 원활히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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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감안, 공공 쓰레기통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1000개가량 쓰레기통을 추가 제작해 배치할 방침이다. 지난 2023년 서울시는 공공 쓰레기통을 2024년까지 6500개, 2025년까지 75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입구가 넓은 쓰레기통도 올해부터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의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을 시범 운영했고, 제품을 보완한 다음 지난해 10월경 최종 제작 설치 매뉴얼을 제작했다”면서 “올해부터는 많이 보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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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에서 나온 쓰레기를 기존 쓰레기통에 넣어 봤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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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와 달리 무분별한 생활 쓰레기가 분리배출도 미흡한 채 쌓이는 부작용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한 바로는 기존 쓰레기통보다 쓰레기를 버리는 부분에 있어 더 용이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불법투기와 관련해) 시범 운영했던 자치구에서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995년 1월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공공 쓰레기통을 점차 줄여왔다. 빈번한 가정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1994년 말 7607개에 달했던 서울시 공공 쓰레기통 수는 2022년 말 기준 4956개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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