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아니라 간단하게 조리만 해서 내주는 요즘 식당을 두고 ‘거대한 전자레인지’라는 말도 나온다. 빠른 회전율과 업주 편의를 위해 가맹 본부나 식자재 마트를 통해 거의 완성된 음식을 받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게들은 외관이나 메뉴가 판에 박힌 듯 비슷해서 나중에 어느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자카야(일식 주점)는 대부분 히라가나로 된 상호에 하이볼·닭꼬치·대창전골을 팔고, 간판에 굵은 획으로 ‘○○ 포차’라 써 붙인 저렴한 생맥주 가게들은 감자튀김·치킨·짬뽕탕 등을 판다.
저렴한 값에 쉽게 요리를 내주는 곳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당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초보 점주들은 간편하게 인건비 덜 들이며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개업 초기에 들어간 홍보비·인테리어비·임차료를 메워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점주에게 밀키트나 식재료를 팔아 마진을 더 남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가격이 내려가지 못한다. 결국 억울한 건 손님들이다.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냉동 음식을 데워주는 식당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먹는다.
맛보다 화제에 기대려는 식당들이 공식처럼 따르는 마케팅 방법이 있다. 첫째는 음식을 클로즈업하면 연예인들이 탄성을 지르고, 가게 상호를 보일락 말락 노출하는 몇 분의 방송에 수천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유명한 방송의 경우 최소 3000만원부터다. 또래 친구들은 방송에 출연한 식당은 거르고 본다는 분위기다. 또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가게를 검색했을 때 먹음직스러운 메뉴 사진이 상단에 나올 수 있도록 전문 사진가를 고용해 촬영하는 방법이나, SNS 홍보 대행업체에 의뢰해 식당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결국 이런 식당들은 개업한 지 몇 년도 안 돼 ‘임대’ 종이가 붙는다. 혹은 다른 프랜차이즈로 간판이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다. 재작년 요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중 15만8000명이 폐업 신고를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외식업체의 폐업률은 32.3%였다. 지난 5년 동안 외식업체 10곳 중 3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렇게 식당들이 유행처럼 생겨났다 없어졌다 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빚더미를 안게 된다.
은퇴한 직장인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요식업 창업이 빚으로 끝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식당이 맛보다 분위기나 유행에만 의존하면 손님은 두 번 방문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많은 손님을 한 번에 혹하게 하는 비법보다는 손님을 여러 번 방문하게 만드는 식당이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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