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반면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은행권은 시장금리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은행이 새해부터 '이자장사'를 시작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대표 정기예금(1년만기) 상품의 금리는 3.10~3.15%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말(3.35~3.37%)과 견줘 하단이 0.25%포인트(P), 상단이 0.22%P 내려갔다.
4대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28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2일(3.20~3.22%)과 비교해도 상·하단이 모두 낮아졌다.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전 3.2%대에서 최근 2.8%대까지 떨어져서다.
예금금리 줄인하에 '예테크족'의 발길도 끊겼다. 연말연시 특판마저 실종되면서 만기자도 정기예금 재예치보단 다른 투자처를 찾는 모양새다. 지난해말 5대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개월 만에 하락전환해 전월(11월)보다 21조1285억원 줄었다.
반면 대출금리는 11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뚜렷한 하락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4대은행의 고정형(5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3.461~5.30%로 지난해 12월12일(3.427~5.32%)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부터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들어간다고 시사하자 지난해 12월 미 국채금리는 빠르게 올랐다. 그 영향을 받아 주담대(고정형) 금리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내내 3% 안팎을 오간다.
새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속도를 조절하면서 대출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월별·분기별 총량관리 등 촘촘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상반된 모습에 은행권은 연초부터 금융소비자들의 '이자장사' 눈총을 받고 있다. 5대은행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도 4개월 연속 커졌다. 지난해 11월 5대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00~1.27%P로 지난해 8월부터 확대됐다. 5곳의 예대금리차가 모두 1%P를 넘긴 건 20개월 만이었다.
시중은행 영업점 행원은 "'예금이자는 쥐꼬리면서 내 대출이자는 왜 맨날 5%냐'라고 불평하는 고객들이 있었다"며 "예금이든 대출이든 금리에 불만족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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