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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동욱 “인생에 남을 작품 ‘하얼빈’…독립군에 경외심 느껴” [스타★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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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로맨스, 멜로, 판타지까지 쉼 없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이동욱이 영화 ‘하얼빈’으로 또 한 번 변주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이동욱은 안중근(현빈)과 대립하지만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은 같았던 독립군 이창섭으로 변신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뭉클한 반전과 희생으로 가슴 울리는 최후를 맞는 가상의 인물이다.

실존 인물이자 모두가 알고 있는 위인 안중근의 이야기다. 6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이동욱은 “촬영하며 독립군, 독립 투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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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출연’이 아닌 ‘그리고 이동욱’이라는 크레딧은 이창섭이라는 인물, 그리고 그를 연기한 이동욱을 향한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동욱은 촬영 시기부터 웹예능 ‘핑계고’에 출연해 작품을 언급하며 홍보의 일등 공신이 됐다. 당시 우스갯소리로 “조연의 조연의 조연”이라고 이이기했지만, 이창섭은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엔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 역시 “이 영화를 함께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배역의 크기를 따지고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동욱이 바라본 이창섭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정한 바는 올곧게 밀고 나간다는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곁가지를 붙여나갔다. 안중근과 대립되는 지점이기도 했고, 이창섭으로 인해 안중근의 고뇌와 인간적 갈등이 더 돋보이길 바랐다.

“(이창섭의) 사이다 같은 말에 관객들이 더 공감해주지 않나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둘의 의견이 모두 중요하다는 거죠. 덕을 지키고 인정을 베풀줄 알고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안중근의 모습이 이창섭에게는 분명 든든한 동지이자 버팀목, 좋은 자극제였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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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격렬한 전투신을 보자면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한파의 기운에 덩달아 소름이 돋는다. 특히 초반부 신아산 전투신은 광주에 내린 50년 만의 폭설은 현장감을 높인다. 이를 “하늘이 내려준 선물 같았다”고 표현한 이동욱은 “영화를 보고나니 당시의 처절함과 치열함이 더 느껴지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가 작전 지시를 내리는 장면에서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결전을 앞둔 그 타이밍에, 특수효과 하나 없이 CG없이 만들어진 장면이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눈 쌓인 어깨, 진흙 범벅이 된 머리와 얼굴까지. 배우들의 모습에서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동욱도 마찬가지였다. “창섭이 얼굴을 왜 이렇게 까맣게 칠해놨냐”는 우민호 감독의 말을 전하며 웃음을 터트린 이동욱은 “원래 피부가 하얘서 분장팀이 노력을 해주신 것 같다. 다 괜찮았다. 그 시절엔 그게 당연했던 거니까. 일부러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수염도 한 달 정도 길렀었다”고 답했다.

얼굴이 노출된 안중근을 대신해 이창섭이 하얼빈 의거의 수장으로 나서 독립군을 이끌었다. 폭약을 구하라는 그의 지시에 공부인(전여빈)과 김상현(조우진), 우덕순(박정민)이 길을 나서는 장면은 이동욱이 꼽은 명장면이자,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장면이기도 했다. 긴 여정을 그리기 위한 해당 장면을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은 차로반 2박3일을 이동해야 했다. 이동욱은 “너무 멋있는 장면이었다. 내가 없었던 게 아쉽다”고 재차 아쉬워했다. “저런 대자연 속에서 연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좋은 점이라면 가보지 못 하는 장소를 가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만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나 생각할 때가 많다”면서 “몽골 사막은 촬영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라 부러웠다”는 말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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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준비한 결전의 날, 이창섭은 안중근에게 거사의 칼자루를 넘긴다. 두 사람의 우정과 진정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음 속에는 이니 ‘안중근이 아니면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을 거라고, 만일 안중근이 할 수 없다면 다음은 내가 나서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급습을 당한 순간에는 거사를 마무리 할 사람은 안중근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 같아요. ‘자네가 시작한 일 아닌가’라는 대사 한 마디에 모든 의미가 다 담겨있다고 생각했어요. 만에 하나 잘못되면 내가 서포트 해야한다는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독립투사분들은 언제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셨을 거에요. 늘 정장차림에 중절모를 쓴 이유도, 비록 나라를 빼앗겼지만 우리는 이렇게 잘 차려입고 당당히 다녀야 한다는 것과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니 언제나 잘 정돈된 모습으로 다녀야 한다는 마음이었겠죠.”

최후를 맞이한 순간, 그의 눈에선 한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의도하지 않은 눈물이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을 것 같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모니터 하다보니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창섭에겐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도, 고작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억울함도, 신아산에서 모리 다쓰오(박훈)를 죽였다면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남았을 것 같았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도 이동욱의 마지막 촬영이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면이었다. “합도 잘 맞고 금방 촬영이 끝났다”고 돌아본 이동욱은 “마지막 촬영인만큼 ‘다 쏟아붓고 가자’는 마음도 있었다. 감독님과 박훈 배우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컷’하고 나니 박훈 배우가 조용히 다가와서 ‘연기 구경하느라 대사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당 장면을 위해 하루를 비웠지만, 촬영은 3시간 여 만에 마무리돼 명장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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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하얼빈’이 주는 울림은 더 크다. ‘재미’라는 단어로 평가할 수 없는 영화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이동욱은 “그럼에도 영화니까 재미는 있어야하지 않나”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하얼빈’은 재미가 첫 번째가 아닌 작품이다. 많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느껴주시지 않을까. 처음엔 좋은 배우, 좋은 감독과 촬영해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인생에 있어서 이런 필모 하나쯤은 남기는 게 의미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했다.

첫 미니 주연작 ‘마이걸’부터 저승이 열풍을 불고 온 ‘도깨비’, 시즌제 성공을 이끈 ‘구미호뎐’과 지난해 최고의 호평작으로 떠오른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다양한 장르, 더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배우다. 쌓아온 경험들이 다음 작품에 적용되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자신을 느낀다고. “신아산 전투에서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데 무술 감독님이 ‘왜 잘하지?’하시더라. ‘구미호뎐’을 하면서 3년 간 칼을 휘두른 경험의 결과였다”고 웃어 보였다.

1회 ‘핑계고’ 대상 수상자답게 예능을 통해 보여주는 ‘동네형’ 이미지도 이동욱의 매력 포인트다. 의외의 반응에 ‘나에게 바라는 모습 중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팬들과의 소통 플랫폼에 대한 반응도 “아이러니하고 신기하다”고 답한다. 그는 “(버블은) 평상시 내 말투가 묻어난다. 이걸 편안함, 친근함으로 생각해주는구나 싶다. 이런 점들이 ‘이동욱은 재밌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만족했다.

최근 탄핵집회에 나선 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멋있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건 아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안정화 되길 바라는, 국민으로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국민이 나라의 혼란을 바라겠나”라고 답한 이동욱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가 빨리 안정되고 앞으로 계속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이달 초 제주항공 참사에 5000만원 기부 소식을 언급하자 이동욱은 “좋은 마음으로 한 건데 너무 쑥스럽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기부를 하면 기관에서 먼저 기사를 내도 되냐고 물어보신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기부하면 더 관심이 생기니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직업이라 받은 사랑을 이런 기회를 통해 돌려드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기부를 할 때마다 팬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금액이나 횟수를 떠나 나를 향한 팬들의 지지가 담겨있다”고 따듯한 소신을 밝혔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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