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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춥고 불안” “저 사람들 미쳤나”…경호처 직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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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내부 동요…직원 익명 메시지 공개

“대다수 직원들, 마지못해 여기 있다” 토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요새가 된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한다는 경호처 직원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직원은 “상황이 빨리 종료되기만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을 비롯해 경호처 간부들은 줄줄이 입건된 상황이다.

세계일보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경호처 직원의 메시지. 뉴시스·MBC 라디오 시사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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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는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제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지인이 경호처 직원인데 지금의 상황에 괴로워하면서 그 심경을 적은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며 해당 메시지를 공개했다.

경호처 직원 A씨는 “현재 근무 중이다. 춥고 불안하다. 공조본에서 올 것 같은데,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다. 대다수 직원들은 명령이라 마지못해 여기에 있다. 그냥 열어줄 수 없으니까 서 있는 정도다. 지휘부와 김용현·김건희 라인만 살아있고, 일반 직원들은 동요가 크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지휘부는 어차피 무너지면 자기들도 끝이라 발악하는 것 같다. 경호처 특성상 대다수 직원들은 마지못해 감수하고 있다. 같이하지 않으면 비겁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냥 상황이 빨리 종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그동안 명예와 자부심으로 지켜온 경호처를 지난 2년간 다 망쳐버렸다. 이 상황이 정리되면 발본색원하고 경호처가 재건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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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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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평론가는 “경호처 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냐. 이들의 고통은 심적 고통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끌려 나가서 체포영장을 막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되면, 명예와 연금과 직장까지 날아간다”고 말했다.

경호처 내부에선 사기가 떨어지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호처 내 위아래의 온도가 전혀 다르다”며 “일부 수뇌부들이 벌이는 행동에 대해서 MZ세대 경호관들은 부들부들해한다. 사석에서는 ‘저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까지도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은 당초 예상을 깨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의 세 차례 요구 끝에 이뤄진 출석이다. 현재 박 처장과 함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은 모두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

박 처장은 이날 서대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출석 전 취재진에 “현재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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