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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휴가가 마지막일 줄은"…울산 사망 잠수부 유족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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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미포 선박 검사 위해 홀로 바다 뛰어든 잠수부 김기범 씨

가족만 12일째 빈소 지켜…"사과는커녕 아들 죽음에 대한 설명도 못들어"

연합뉴스

HD현대미포 사망 잠수부 김기범(22)씨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
[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먹고 싶다던 뷔페 한 번 같이 갈 걸 그랬어요…"

10일 울산 동구 울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기범(22) 씨의 빈소 앞은 오가는 이 없이 적막했다.

상복을 입은 김씨의 어머니와 누나, 친할머니 3명만이 자리를 지키며 영정사진 속 막내의 웃는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하부를 검사하기 위해 홀로 바다에 잠수했다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유족은 김씨를 서글서글하고 다정해 마치 딸처럼 느껴지는 아들이라고 추억했다.

엄마와 누나의 생일이 있는 1월에는 같이 선물을 사고 놀러 가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씨는 신장 투석을 받는 아버지와 심장병을 앓는 어머니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일찍부터 독립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해군 특수전전단(UDT)에 들어가려고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 자격증을 따놨는데, 잠수 자격증도 그중 하나였다.

이를 활용해 김씨는 지난해 9월 부산에 있는 한 수중공사 전문업체이자 HD현대미포 협력업체인 A 회사에 입사했다.

전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며 잠수부가 필요한 작업에 투입되곤 했는데, 이번엔 울산 앞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입사 3개월 만에 참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HD현대미포 사망 잠수부 김기범(22)씨 빈소
[촬영 장지현]


사망 엿새 전인 지난달 24일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로 취업한 누나의 집에 놀러 가 휴가를 보냈다.

그게 가족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김씨의 누나는 "취업하면 뷔페를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이번에 가자고 하더라"며 "맛있는 집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고 몸 상태도 안 좋아서 다음에 가자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나가 숨진 동생에게 썼다며 보여준 편지에는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좋다는 직업을 가졌을 때 다 행복해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서 위험한 일을 뜯어말리지 못했네. 그게 잘못이었을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씨가 숨진 지 11일이 지났지만 아직 발인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유족들은 A 회사 대표는 커녕 어떤 관계자도 빈소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과는커녕 아들의 죽음에 대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 어머니는 "하루빨리 회사 측이 사고 경위를 직접 자세히 알려주고 우리에게, 그리고 기범이에게 사과하길 바란다"며 "그런 다음 열흘 넘게 차가운 냉동고 속에 있는 기범이를 편안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울산해양경찰서는 HD현대미포와 A 회사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HD현대미포 사망 잠수부 김기범(22)씨 누나가 쓴 편지
[촬영 장지현]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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