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출의 65%… 증가세도 가팔라
“5060, 영업 어려워도 대출로 버텨”
자영업 대출 연체율, 2년새 3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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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336만8133명이었다. 이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등 총 대출 잔액은 1125조3151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50, 60대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이 전 연령대 대출잔액 총합의 절반을 초과했다. 50대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366조3836억 원(32.6%),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경우 370조9036억 원(33.0%)이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 대출금액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대비해야 하는 이들의 빚 규모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 말 대비 전체 연령층의 대출 증가율은 0.2%에 그쳤지만,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대출은 같은 기간 22조8667억 원(6.6%)이나 불어났다.
다중채무자인 고령층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로,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50, 60대 다중채무자 자영업자를 모두 합치면 총 95만7971명(47.1%)으로, 2명 중 1명이 추가 대출이 어려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통상 20, 30대에 비해 재취업 등 재기 기회가 적은 데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의 빚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50, 60대는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해 스스로 자기 일자리를 만들어서 생계를 해결한다. 영업이 어려워도 더 이상 내몰릴 데가 없어 대출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내수가 많이 위축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잔액 수치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년 동월(0.51%)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2022년 10월 말(0.22%) 대비로는 2년 새 3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도 3분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기존 30조 원에서 40조 원 이상으로 늘렸다. 또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서민금융을 11조 원 규모로 공급하고 내수 부진에 대응해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기로 했다.
하 교수는 “고령층 구직 지원 등 일자리 정책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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