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금융지주 문제아들 올해는 철 좀 들려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고 실적 뒤에 숨은 아픈 손가락들


역대 최고. 금융권이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따라붙는 수식어다. 국내 산업이 흔들려도, 내수 경기가 얼어붙어도 금융지주는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해왔다. 질주를 멈출 줄 모를 것 같은 금융가에도 각 회사별로 찬찬히 뜯어보면 근심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진한 실적, 부실한 내부통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계열사가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금융권에 역대급 인사 태풍이 몰아친 배경에 이들 ‘아픈 손가락’이 자리한다. 각 금융지주는 2025년, 부진한 계열사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경이코노미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 (KB금융지주 제공)


끝없는 부진 어이할꼬

KB뱅크, NH아문디, 부산은행

KB금융지주는 매년 새해 정상화를 다짐하는 해외 법인이 있다.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다. KB뱅크는 KB금융이 2018년 해외 시장 개척을 목표로 투자한 은행이다. 첫 투자 후 부실이 장기화하자 2020년 3000억원을 더 쏟아부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66.8%의 지분을 확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때도 KB금융지주는 KB뱅크 부실이 단기로 끝날 것이라 호언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여갔다. 계속된 적자로 자본금이 말라가면서다. 급기야 KB금융은 2021년 4차로 3935억원, 지난해에 5차로 7090억원을 더 출자했다. 누적 투자 금액은 약 1조5100억원. 비용까지 포함하면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KB뱅크는 2024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흑자전환 목표 시기도 계속 늦춰졌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이례적으로 정치권과 금융감독원이 연이어 부실 조짐을 지적할 정도였다.

이른바 ‘부코핀 리스크’ 해결을 위해 KB금융은 인사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근 전 행장을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으로 앉히고 KB뱅크 정상화, 추가 해외 수익원 발굴에 힘을 실어줬다. KB금융지주 측은 올해 KB뱅크를 흑자 기업으로 바꿔놓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운 바 있는데 지켜볼 일이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KB자산운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TF 시장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10년간 지켜오던 업계 3위 자리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넘겨줬다. 지난해 7월 ETF 브랜드명을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변경하고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발탁했으나 점유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찬영 ETF본부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 수장 공백까지 겹친 탓에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NH금융지주에도 ‘앓는 이’가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실적이 2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023년 영업이익은 355억원으로 2022년 360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278억원으로 2023년 동기인 279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결산 중이지만 2023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아문디자산운용 부진 배경에는 KB자산운용과 비슷하게 ETF 시장 공략 실패가 자리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024년 12월 말 기준 1조6998억원으로 이는 2023년 연말(1조9595억원) 대비 13.25%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0.63%포인트(1.62% → 0.99%) 떨어지며 1% 선이 무너졌다. 순위는 6위에서 8위로 떨어지며 중위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현재 후발 주자인 하나(9위)·타임폴리오자산운용(10위) 등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NH금융은 전열 정비를 위해 길정섭 전 농협금융 부사장을 NH아문디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길 대표는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NH농협은행 자금운용부문장, NH농협금융지주 에셋전략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중앙회 출신으로, 전문성 검증이 덜된 길 대표가 ‘정글’에 가까운 ETF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상당하다.

BNK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 부진이 뼈아프다. 부산은행은 2023년 당기순이익 3791억원을 거뒀다. 2022년 4557억원 대비 16.8% 감소했다. 2024년 반등이 예상되지만, 다른 지방은행 대비 성장폭이 낮다. 자산건전성 부분에서도 지방은행 중 홀로 위태로운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산은행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4488억원으로, 지방은행 4곳의 총 NPL 잔액(8673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대출액을 말한다.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많을수록 부실자산이 많다는 뜻이다.

상황은 심각한데 타개책은 뚜렷하지 않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 경제는 점점 위축되는 추세다. 설상가상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이 지방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인터넷은행과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힘든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 PF 여파 위기

신한·하나·iM·IBK 등 직격

2024년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PF 부실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곳도 적잖다. 이 중 명성 대비 가장 흔들리는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신한자산신탁, 신한캐피탈 2개 계열사가 PF 부실 여파로 휘청거린다.

신한자산신탁은 2024년 3분기 178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1623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반영되며 대규모 손실을 냈다.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세종시 신라스테이 호텔 사업을 진행했는데, 시공사가 PF 사태 여파로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대출금융기관에 손실을 배상했다. 2분기에도 경기도 물류센터 사업 관련 책임준공기한 미이행 이유로 86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걸렸다.

손실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신한자산신탁 부실자산비율은 71.4%로 자산 5916억원 중 4224억원이 부실로 분류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었다. 신규 수주 축소에 따른 실적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당분간 매출·수익성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신한금융지주는 천상영 신한지주 CFO를 신한자산신탁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인적 자원 투입으로 재무건전성 회복에 전념한다는 목표다. 단,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신한캐피탈은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 중 부동산 PF 타격이 가장 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5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929억원) 대비 47.88%가량 감소했다. 4년 동안 신한캐피탈을 이끌어온 정운진 대표는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빈자리는 전필환 신한은행 영업추진1그룹장이 채웠다. 전 대표 체제 아래서 신한캐피탈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우량 사업장 위주로만 부동산 PF를 취급하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캐피탈이 PF 부실 희생양이 됐다. 2024년 3분기 순이익이 1212억원에 그쳤다. 2023년 3분기 대비 73.6% 하락했다. PF 부실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다른 캐피털사보다 PF 비중이 더 높았던 탓에 손실폭이 더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캐피탈은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렌터카·오토리스 등 리테일 자산 확대 전략을 짜고 있다. 다만, KB캐피탈 등 기존 리테일 강자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GB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은 산하 증권사가 골칫거리다. DGB금융지주 산하 iM증권은 2024년 3분기 영업손실 1531억원, 당기순손실 1163억원 등 대규모 적자를 냈다. 부동산금융 관련 대규모 손실 인식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iM증권은 과거부터 부동산 편중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자산 규모가 79%로 중소형사 평균(52%)과 대형사 평균(53%)에 비해 현저히 높다. 부실 직전이거나 부실성 자산으로 꼽히는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이 2021년 0.3%에서 2023년 46.7%로 치솟았다. 2024년 28.9%로 감소했지만, 중소형 증권사 중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사후관리와 부문별 효율화를 통한 판관비 축소, 비(非)부동산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가 수익성 회복에 중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은 2년간 실적이 지속 감소했다. 2023년 당기순이익 313억원을 거뒀다. 2022년보다 33.5% 감소한 수치다. 2024년 3분기 누적 분기순이익은 383억원으로 2023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물류센터 등 수요 변동성이 높은 부동산금융에 치중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IBK투자증권 위험노출액은 2020년 6809억원에서 2024년 1조6846억원으로 치솟았다. 다만, 부동산 부실 여파로 단기간 회복은 어려워도, 중·장기적으로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IB 부문 내 우수한 시장 지위와 계열사 연계 영업 기반, 유가증권 운용 규모 확대와 보수적인 위험 한도 설정 등 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기조를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이익 창출력은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계속된 금융 사고와 부실 대출로 인해 국정 감사에 출석, 해명해야만 했다.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NH금융지주에 대한 지나친 인사 간섭으로 ‘리더십 리스크’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사고·리더십 리스크에 휘청

우리금융·NH금융지주 진땀

실적과 재무건전성만 문제가 아니다. 금융사고를 치며 금융지주사의 골칫거리가 된 곳도 여럿이다.

우리금융은 아예 그룹 전체가 집중감시 대상이 됐다. 빼어난 실적을 거뒀지만, 압도적인 규모의 금융사고를 내며 문제아로 떠올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업계 전체 기준, 지난 7년간 금융사고 피해액은 총 463건, 6616억7300만원이었다.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통계다. 이 중 은행권이 전체 사고의 60%, 그중에서도 우리은행 금융사고 규모가 1위였다. 우리은행 사고 금액은 1421억1300만원에 달했다. 2위 KB국민은행(683억2000만원), 3위 경남은행(601억5800만원)과 격차가 컸다. 우리은행의 은행권 금융사고 비중은 34.7%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우려를 표할 정도로 사고 규모가 컸다. 결국 임기 절반을 소화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24년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 세간의 우려에 대해 답해야 했고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은 금감원으로부터 부당 대출, 자본 비율과 자산건전성·내부통제·리스크 관리·지배구조 등과 관련된 검사를 받고 있다. 이복현 원장이 ‘매운맛’이라고 예고할 정도로 고강도 감사다. 검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은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1300억원대 금융사고를 일으키며 신한금융지주 속을 썩였다. 고객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신한투자증권 내부통제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결국 2024년 3분기 1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사고에 충격받은 신한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나섰다. 올해 2월 도입 후 이행이 목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의 대표이사(CEO) 등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금융사고 때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제도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1분기까지 인력·시스템·프로세스·조직 측면에서 수립한 비상경영계획을 빠르게 완수하고, 2분기부터는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사업라인 등 근본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더십 리스크도 있다.

NH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최근 NH금융지주는 회장, 행장 등 주요 금융 계열사를 속속 교체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흘러나왔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소문이다. 이런 배경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보은인사’론이 자리한다. 강 회장은 취임 후 금융지주 계열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 인사 과정에서 이석준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증권사는 자본 시장 전문성이 핵심인데 당시 중앙회장 선거를 도운 최측근을 앉히려 했다는 말이 많았다. 결국 내부 출신 대표 선임으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후 금감원이 지배구조 등 전반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검사하면서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지주’ 인사 시스템은 계속 내외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는 농업 증진, 농민 상생 등 특정 목표가 뚜렷한 금융사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업을 잘해 이익을 잘 내는 구조가 정착돼야 브랜드 사용료 수입도 늘어나면서 중앙회도 활성화될 수 있는데 지나치게 중앙회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비전문가 선임에 집착하면 성장이 정체될 우려가 있다”고 총평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