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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0 (목)

[라임라이트]최승현의 과장된 타노스 연기는 '위험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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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유난히 만화적

"과잉된 자의식으로 실패한 MZ 초상 그려"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 행동 골고루 표현

"마음 고쳐먹고 연기하기까지 큰 용기 필요"

"타노스는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한 배역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한 말이다. 단순히 덜떨어진 래퍼라서가 아니다. 다른 배역들과 달리 만화적 요소로 가득하다.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연기를 요구한다. 아무리 잘해도 상반된 연기와의 조합에서 튀어나온 못처럼 눈에 거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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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타노스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젊은이다. 국내에서 관련한 10대 청소년 사범은 지난 10년간 열한 배 증가했다. 어린 나이에 접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생산, 유통, 판매 등 방법이 교묘해져 향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황 감독은 타노스의 행동 하나하나를 위험 신호로 설계했다. 적임자로는 최승현(빅뱅 탑)을 택했다.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가 드러나고 연예계 활동이 중단됐던 배우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긴 고민 끝에 과거를 직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타노스가 한심한 래퍼라서 오디션을 제안받은 듯하다. 황동혁 감독께서 첫 만남부터 과장된 스왜그(Swag)를 강조하셨다. 과잉된 자의식이 실패한 MZ세대의 초상으로 나타나길 바라셨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저로선 크나큰 도전이었다. 과거 잘못이 다시 거론될까 망설여졌다.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니 두렵더라. 타노스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가 그랬다. 제작진과 배우들 앞에서 표현하는데 부끄러웠다. 이 순간을 이겨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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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는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무거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쉴 새 없이 몸을 흔든다. 때때로 자리를 이탈하기도 한다. 3화에서 명기(임시완)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신이 대표적 예다. 수하인 남규(노재원)가 거들자 아예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명기가 "그래서 어쩌라고요?"라며 항변하자 불현듯 등장해 목덜미를 잡아챈다. 불안정한 호흡으로 "어쩌긴, 갚아야지"라고 윽박지른다. 최승현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돼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의존성이 강한 중독자는 약물이 없으면 극도로 초조해한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로 표현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중독자는 또박또박 말하지도 못한다. (향정신성 의약품이 입 안을 마르게 해) 치아가 성하지 않다. 그래서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미국 남부의 멈블 랩(Mumble rap)을 구사했다. 첫 발음을 강조하고, 이어지는 음성을 지나치게 흘렸다. '노 프라블럼(No problem)' 대사에서 R을 L로 소리내기도 했고."

게임에 임하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처음 총살되는 참가자를 마주하고도 동요하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긴장과 불안을 즐긴다. 엑스터시와 케타민 합성물을 투약한 결과다. '황홀'이라 불리는 전자는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관련이 깊다. 쾌락과 흥분을 일으킨다. 후자는 미다졸람, 프로포폴과 함께 3대 수면마취제로 통한다. 심혈관계를 자극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처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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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은 다큐멘터리, 서적 등으로 갖가지 특성을 파악해 타노스를 형상화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실패를 맛봤던 경험자로서 향정신성 의약품의 위험성을 낱낱이 알리고자 했다. 그것이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괴감에 빠졌다. 삶이 피폐해지더라.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이번에는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모든 걸 그만두고 싶었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연기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살겠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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