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이슈 미술의 세계

    되는 일보다 살아가기가 더 어려운, 작가라는 직업 [생각을 여는 글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영은 '눈송이 쥐기'

    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한국일보

    13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박형준(희곡), 안지현(동시), 남유현(동화), 조길란(소설), 박연(시) 수상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발표됐습니다. 각 부문 당선자는 이로써 작가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신춘문예 접수 공고부터 시상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문학 기자로 일하며 책에 적힌 작가 이력에 ‘한국일보 신춘문예’라는 단어가 보이면 마음이 쓰입니다.

    출판사 안온북스의 소설집 ‘눈송이 쥐기’에 눈길이 간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문단의 신예를 대상으로 지면을 내어주는 ‘내러티브 온’ 시리즈로 표제작을 쓴 소설가 김영은은 202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

    눈송이 쥐기·김영은 외 지음· 안온북스 발행· 240쪽· 1만6,000원.


    소설 ‘눈송이 쥐기’는 방과 후 계약직 교사인 ‘나’와 학생 ‘연이’의 갈등을 다룹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연이는 미술 수업에 열의를 갖고 참여하던 아이였지만, 어느 날 다른 학생들의 점토 공예품을 모두 짓이겨 버립니다. 학교에서는 연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려는 나를 말리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연이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진심을 다해서 해야만 할 때가 있어. 그런데 그 말을 하지 않으면, 때를 놓치면,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거야. 상대방이 괴로우면 왜 괴로운지, 왜 아픈지 생각해야 하는 거야.”
    '눈송이 쥐기'

    김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이후 문예지 Axt(악스트) 등에서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되는 일보다 살아가는 일이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등단했어도 차기작이나 책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 13일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박소란 시인도 “신춘문예라는 결실은 당분간은 문학을 지속해도 좋다는 승낙 같은 것”이라면서 “꾸준히 문학 곁에 머물려면 지혜와 성숙이 필요하다”고 전했는데요. 한국일보뿐 아니라 모든 신춘문예 당선자가 꾸준히 문학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