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사 해롤드 로저스 CAO가 임시 대표
포괄적 권한 지녀 적극적 해결 의지 해석
'침묵' 길어지는 김 의장, '꼬리자르기' 비판도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경찰이 2차 압수수색에 나선 1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 교통신호기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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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후임에 쿠팡 모회사(미국 쿠팡Inc) 김범석 의장의 '복심'이 선임돼 미 본사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게 쿠팡 설명이지만, 김 의장은 여전히 일언반구도 없고 국회 청문회에도 불참을 예고해 '꼬리자르기' 등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0일 "국민께 실망을 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박 대표의 사임 의사를 전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비정상적 접속으로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렸다. 같은 달 18일 약 4,500명의 정보가 '노출'됐다고 했다가 11일 만에 3,370만 명의 정보가 빠져나갔다고 공지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후 미온적 대응 등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국회까지 불려간 박 대표는 '김 의장 책임론'에 대해 "제가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전체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 법인 대표로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태를 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김범석 의장 '복심' 본사 CAO가 임시 대표로
쿠팡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 쿠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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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쿠팡 Inc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쿠팡 관계자는 "로저스 임시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대내외 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미국 쿠팡 Inc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CAO는 김 의장의 '오른팔'이자 그룹의 2인자로 통한다. 쿠팡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경영진이라 전사적인 업무 조정 및 의사결정을 조율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부문별 제한적 권한을 지닌 쿠팡의 한국 내 계열사 대표들에 비해 포괄적 권한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국 본사가 직접 사태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여는 청문회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쿠팡은 "고객 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 만큼 신임 대표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 의장은 안 나온다는 얘기다.
김 의장이 침묵을 유지하는 것을 두고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기업 문화가 다르고 쿠팡도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빠져나간 사태인 만큼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이제는 사과로만 끝날 타이밍도, 분위기도 아니라 당분간 쿠팡에 대한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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