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끝나지 않는 문제] ①
전국 전담조사관 처리 건수 및 민원 현황/그래픽=김현정 |
#서울 초등학교 3학년 A군은 학교 운동장에서 여러차례 갑작스런 동급생의 발차기와 구타에 몸이 멍이 들었다. 학부모가 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자 상대방 부모는 되려 A군을 가해자로 '맞폭' 신고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A군을 '가해자 추정 학생'이라고 부르며 조사했다. 학폭심의위원회 결과, A군의 피해 사실만 인정됐지만, A군에게 전담 조사관은 무섭고 억울한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해 9월 서울 한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맡던 한 전담 조사관 B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학부모는 사안 조사 과정에서 편파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를 아동학대로 고소했고, B씨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학교폭력 조사의 공정성과 교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직 교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도가 교육현장에 도입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현장에선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파적인 조사나 위협적 태도 등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반면, 조사관들은 원칙대로 조사를 했음에도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국 17개 교육청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관련 민원 건수'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총 109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전담 조사관이 처리한 학폭 조사 건수(4만4건) 중 0.2% 수준이지만, 아이가 학교 생활이 어려워질까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사례도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도, 경상북도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교육당국은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 이후,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관련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악성 민원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폭조사 전담관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담 조사관들은 학폭 사안이 접수되면 초기 현장 조사를 맡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담 조사관 제도를 둘러싼 잡음도 적잖다. 학부모와 교원이 제기한 민원을 유형별로 보면 △학생에게 위협적인 태도로 조사 △편향된 조사 △조사관의 역량 부족 △화해 종용 △조사 동석 가이드라인 미비 등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교사나 보호자 없이 전담조사관의 단독 조사를 받는 데 불안감을 느끼거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시·도교육청마다 전담조사관이 학폭 사안을 조사할 때 학부모와 교원 동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 혼란을 겪기도 한다. 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사자인 학생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호자는 동석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학교에 교원 동석은 필수라고 안내했지만 여러 의견이 나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학교폭력 신고가 폭증하는 상황 속에서 교원들의 업무를 줄여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에 따르면 학교 밖인 놀이터, 아파트 단지 내 등에서 발생한 문제도 학교에서 처리하도록 돼 있다. 학교폭력이 대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맞폭도 증가 추세다.
실제로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지난해 8월 교원 7897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42.7%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 이후 '책임교사 업무 및 심리적 부담 경감'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혜진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연구교수는 "학폭 책임교사를 상대로 전담조사관의 신뢰도에 대해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만족한다는 의견이 83%에 달했다"며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을 한다면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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