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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7 (수)

    이슈 미술의 세계

    설 연휴, 대구간송미술관이 첫 상설전서 손꼽은 작품 4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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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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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구에 둥지를 튼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 기념전에 이어 설 연휴를 앞두고 첫 상설전을 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소장 중인 회화(산수화·풍속화), 서예, 도자 등 대표작 52점(39건)을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국보 6점(3건)도 포함됐다. 상설전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라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올해 상설전에서는 조선시대 회화사를 대표하는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오원 장승업 등 삼원(三園)과 겸재 정선·현재 심사정·관아재 조영석 등 삼재(三齋)의 작품, 조선 왕실의 글씨, 고려와 조선의 도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를 맞아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을 엄선해 줄 것을 대구간송미술관에 부탁했다. 이번 설 명절,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꼭 챙겨봐야 할 작품’ 4점은 다음과 같다.

    첫 손에 꼽힌 작품은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白磁靑畵鐵彩銅彩草蟲蘭菊文甁·국보)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이 도자는 1936년 간송 선생이 일본인 수장가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경성미술구락부 경매 사상 최고가인 1만4580원에 낙찰받아 인수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38년 보화각 설립 당시 간송 선생이 직접 주문 제작한 목제장에 전시돼 그 뜻을 기렸다.

    긴 목에 둥근 몸체를 가진 당당하고 세련된 기형에 국화, 난초와 어우러진 나비를 장식했다. 문양은 양각을 주로 사용했으며, 꽃잎은 별도로 만들어 붙여 입체감을 살렸다.

    또 산화코발트·산화철·산화동을 안료로 사용해 청색·갈색·홍색으로 색을 올려 장식성을 높였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이 세 가지 안료는 모두 성질이 달라 소성온도와 가마 분위기에 따라 발색이 좌우돼 제작하는데 상당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백자에서 사용되는 모든 안료와 다양한 조각 기법이 이처럼 완벽하게 구현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서, 이 작품이 명품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의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조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경향신문

    이징의 ‘고사한거’.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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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징(李澄)의 ‘고사한거’(高士閑居·고사의 한가로운 삶)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징은 조선 중기에 활동한 왕실 출신의 화가로 산수, 인물, 화조 등을 모두 잘 그려 화명이 높았다고 한다. 특히 인조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징을 궁으로 불러들여 그림을 그리게 할 만큼 총애했다.

    그래서인지 이징의 그림 중에는 화려하고 보수적인 궁정 취향의 그림이 적지 않다. 이 산수화도 그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장대한 산수를 배경으로 자연을 즐기는 고사들의 삶을 묘사한 두 폭의 금니산수도 중 한 폭으로, 먹물을 들인 검은 비단에 금니로 그림을 그려 독특한 느낌을 준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호숫가, 고사 한 명이 나귀에 몸을 실어 섶다리를 건너고 있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수면 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기이한 형상의 산에는 고즈넉한 산사가 자리하고, 골골이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이 세상에는 결코 없을 것 같은 비현실적 산수로 당시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이다. 자연과 인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상적 풍광을 치밀한 구성과 정교한 필치로 화폭에 옮겨냈다.

    다루기 까다로운 금니로 산수는 물론, 나무와 인물까지도 정교하게 묘사해냈다. 이징이 ‘우리나라의 제일가는 손(本國 第一手)’으로 불렸던 까닭을 알 만한 작품으로, 조선시대 금니산수도를 대표할 만한 명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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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의 ‘쌍검대무’.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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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검대무’(雙劍對舞·쌍검으로 마주보고 춤추다)는 조선 후기 풍속화의 절정기를 장식한 인물인 혜원 신윤복(申潤福)의 작품을 엮은 ‘혜원전신첩’ 중 한 점이다.

    혜원전신첩은 양반의 풍류와 행락, 기방의 생태와 여인들의 생활, 남녀 간의 연애 등 당시의 풍속과 세태를 그린 30점의 풍속화로 구성돼 있다.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것을 1935년경 간송 선생이 오사카의 고미술상에게서 구입해 지금과 같이 꾸몄다.

    혜원전신첩은 미술사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생활사와 복식사 연구에도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1970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그중 한 장면인 쌍검대무는 세도가 높은 양반집에서 칼춤을 즐기는 광경을 화면에 담았다.

    화면 중앙에 배치한 칼춤을 추는 여인들의 붉고 푸른 의상이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화면을 압도한다. 율동감 넘치는 춤사위가 악공들의 연주와 혼연일치를 이루며 전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진귀한 구경에 관객들의 흥취는 한껏 무르익어 가는데, 왼쪽 위의 자제낭관(子弟廊官·자제와 부하 관리)은 지루한 듯 딴청을 부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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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경궁의 서간.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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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혜경궁(惠慶宮)의 서간(書簡)이다. 정조가 그 부친인 사도세자의 묘소인 영우원을 수원 화산으로 옮길 때, 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씨가 우의정 채제공(蔡濟恭)에게 보낸 편지다.

    당시 정조가 사도세자의 시호를 ‘장헌’이라 올리며 양주 배봉산에 안장된 수은묘를 영우원으로 격상했다. 이후 1789년에 화산으로 옮기며 ‘현륭원’으로 명명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를 옮기는 일에 몰두하다 병이 생겨 위중하게 되자, 혜경궁 홍씨가 이를 염려해 채제공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서간에 담겼다. 관을 꺼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정조가 행차하기 전에 미리 빈소를 만들어 놓으라고 하는 내용이다.

    단아하고 기품 있는 흘림의 한글 궁체가 돋보이는 이 편지에는 사도세자의 묘소를 옮기는 일을 직접 주관한 아들 정조의 지극한 효심과 그로 인해 자식의 심신이 상할까 걱정한 모친 혜경궁의 애틋한 모성애가 담겨 있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이번 상설전시를 통해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신념이 깃든 우리 문화유산 고미술을 늘 가까이에서 접하며,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남부권 지역민들이 스스로 우리 문화유산을 찾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연휴 기간 중 설 당일(29일)만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까지 진행된다. 간송문화재단 측은 작품의 관리를 위해 올해 3차례 작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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