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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기자의눈] '긴 연휴'에만 쏠린 관심…공휴일 의미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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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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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박주연 기자 = 공휴일은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생일 다음 가는 날 아닐까 싶다. 올해 민족 명절 설날은 주말과 대체공휴일 등을 포함해 최소 6일 연휴를 즐겼다. 설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218만9778명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하루평균 21만8978명이 해외로 떠났다. 개항 이후 명절 연휴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설 연휴 해외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전통적인 설날 풍경의 소멸이 일정 부분 영향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적 이유로, 세대간 이유 등으로 어느 새 '설 차례상'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열심히 일한 만큼,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휴일을 향유하고 싶어하는 근로자의 욕망 또한 일조했다고 본다.

정부는 매년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대체공휴일 지정을 두고 진통을 겪어왔다. 올해도 그랬다.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 없이 해마다 여론을 살피며 눈치싸움 끝에 급하게 대체공휴일을 지정하다 보니, 지정 명분으로 내세우는 소비진작 등의 효과가 반감되기 일쑤다. 정치적 셈법으로 선심 쓰듯 지정되는 탓에 정치인만 생색날 뿐 경영자들은 산업현장의 생산성 저하로, 근로자는 계획성 있는 연휴소비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국가기념일 역시 마찬가지다. 기념일 지정의 역사적 의미보다는 '노는 날'의 의미만 부각된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선진국 대비 결코 적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일 보다 많은 16일이나 된다. 주6일 근무시절도 있었고, 공휴일과 주말이 겹쳐도 불만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주 5일제 도입 이후 토요일이 공식 휴일이 되면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하루를 빼앗겼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점차 확대되면서 공휴일은 '연휴 계산'의 대상이 돼버렸다.

미국은 공휴일을 주로 월요일로 지정해 '롱 위켄드'를 만들고, 일본은 '해피 먼데이 법'으로 주말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반면 한국은 공휴일을 특정 날짜에 고정하고, 대체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매년 공휴일 수 논란이 반복되며 공휴일이 '쉬는 날 확보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체공휴일 논란이 매년 반복될 바에야 해외처럼 공휴일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휴를 둘러싼 혼란을 줄이고, 기념일의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휴일이 기념일로서 존재하려면, 연휴의 길이를 따지는 것보다 그날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싶다. 단순한 휴식 시간 이상의, 역사를 기억하고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되새기는 날로 공휴일이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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