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한국경제’ BOK 이슈노트
한국은행이 10일 펴낸 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2023부터 2050년까지 한국 GDP 성장률을 고령화가 16.5%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AI 도입을 통해 그 여파를 최대 5.9%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AI 도입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보완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다시 노동수요 향상으로 이어지는 최적 시나리오에 도달했을 때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봤다.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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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AI 도입 준비 속도는 전 세계 기준으로 봐도 빨랐다. 우리나라의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중 15위로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게 평가됐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대기업에서 효과가 더 큰 원인은 아직까진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AI 도입 자체보다 내부 조직 등을 (AI에 맞춰) 유기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문제일 텐데, 대기업이 초기에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추론 정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은 한국 근로자 중 절반 이상(51%)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AI에게 큰 영향을 받을 ‘고노출’ 직군으로 대부분 직무에서 인지능력을 주로 사용하는 사무직 직군이다.
하지만 고노출 직군이라고 해서 모두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닌데, 연구진은 이를 ‘보완도’로 나눴다. AI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대체되긴 어려운 고노출·고보완 직군(24%)은 AI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고노출·저보완(27%)직군은 AI로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로부터 도움을 받을 직군으로는 의사, 기업 대표·임원, 교수, 금융 전문가 등이 제시됐고, AI가 위협할 수 있는 직군엔 회계·경리 사무직,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통신판매 종사자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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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노출·저보완, 고노출·고보완 근로자 비율은 여성(29%·28%)이 남성(25%·21%)보다, 25∼44세(38%·28%)가 45∼59세(26%·26%)보다, 대졸 이상(40%·38%)이 고졸(17%·13%)보다 높았다. 이는 해당 집단들에게 AI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고학력자가 저학력자에 비해 노출도와 보완도 모두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측으로 갈수록 고학력.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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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고노출·저보완 직군에서 고노출·고보완 직군으로 이동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연구진이 한국노동패널(KLIPS) 이직 관련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근로자들은 이직 시에도 유사 직업군을 택하는 경향이 있고, 고노출·저보완 직군에서 고노출·고보완 직군으로 이동한 비율은 2009~2022년중 평균 31%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특히 고령층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며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취약 계층의 AI 전환 적응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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