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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9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내 중국 사기 조직, 전기 끊기자 '대탈출'… 외국인 피해자 7,000명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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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반군이 구출해 태국에 인도
    태국 전력공급 중단 등 초강수 효과
    "중국인 임대 계약 해지, 장비 철수"
    한국일보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온라인 사기조직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외국인들이 12일 태국 딱주 매솟에 도착해 군용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매솟=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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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미얀마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끌려간 뒤 사기 행각에 동원됐던 외국인 320여 명이 구조됐다. 태국 정부가 인신매매 조직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기 공급 차단 등 초강수를 두자 온라인 사기를 지휘하던 일당이 근거지를 버리고 떠난 결과다. 추가 구출된 외국인 납치 피해자 7,000여 명도 조만간 본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태국, 전력 차단 등 초강수


    13일 태국 까오솟과 네이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온라인 사기 집단에서 일하던 261명을 전날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민주카렌불교군(DKBA)으로부터 인도받았다고 밝혔다. 풀려난 사람들의 국적은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케냐, 필리핀, 중국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태국 서부 딱주(州)와 접한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의 대규모 사기 작업장에 갇혀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온라인 도박 등을 강요받았다. 태국 당국은 상당수가 인신매매로 이곳에 끌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6일 또 다른 미얀마 반군 조직이 구출해 태국에 인계한 61명을 합치면 사기 조직에 연루됐다가 자유를 되찾은 인원은 322명에 달한다.

    감금 피해자들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사기 행각을 지시해 온 중국계 범죄 조직이 작업장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온라인 사기조직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외국인들이 12일 미얀마 미야와디에서 태국 딱주로 넘어가기 위해 강을 건너고 있다. 미야와디=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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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중국 배우 왕싱(31)이 태국에서 납치된 지 사흘 만에 태국·미얀마 접경 지역에서 구출된 일을 계기로 미얀마 내 온라인 사기 조직 문제는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왕싱은 자신이 중국인을 겨냥한 사기 수법을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신변 위협을 느낀 중국인들이 태국 여행 거부에 나서자 태국 정부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5일부터는 카렌주 미야와디, 타칠레이크, 파야통수 등 미얀마 국경 도시 5곳의 전기와 인터넷을 끊고 연료 공급도 중단했다. 모두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도박 등 범죄를 저지르는 중국계 조직의 근거지로 알려진 지역이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국제사회 제재로 최악의 전력난을 겪자 태국은 미얀마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조치로 국경을 접한 일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자국에서 납치된 외국인 관광객이 이 지역으로 끌려가고 태국 관광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결국 ‘단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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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이 운영하다가 전력 공급이 중단되자 폐쇄한 온라인 사기 시설 내부. 12일 태국 현지 매체가 이곳을 찾았을 때 버리고 간 컴퓨터와 가구 등이 놓여 있었다. 태국 까오솟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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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 임대 계약 해지"


    일단은 태국 정부의 강경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렌주 파야통수 지역 부동산 소유주는 현지 매체에 “매달 20만~80만 밧(약 850만~3,400만 원)의 고액 월세를 내며 수백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에 머물던 중국 세입자들이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내부) 장비를 급히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까오솟도 중국계 사기 범죄 조직의 위장 사업장이었던 미얀마 국경 도시 식당과 이발소, 오락실 등이 최근 며칠 새 갑자기 텅 비었다고 전했다. 전기 공급이 끊긴 직후 일부 범죄 조직은 대형 발전기까지 공수해 업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해당 발전량으로 사기 행각을 이어가기가 여의치 않자 도시를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범행을 총괄하던 일당이 사업장을 떠나면서 이곳에 감금됐던 외국인들도 미얀마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곧 7,000여 명에 달하는 추가 구출자가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며 “이들이 바로 본국으로 갈 수 있도록 아프리카, 남미, 유럽, 아시아 등 (피해자 본국) 대사관과 협력해 직접 대피 항공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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