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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로 음주운전 차 탔다가 사고…法 "손해배상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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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업체, 음주운전자·동승자에 손배 청구

공단, '원치않은 탑승' 주장하며 방조범 부정

法 "동승만으로 음주·과속 방조 인정 어려워"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반강제로 동승한 사람에게 사고 손해배상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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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은 렌터카 회사가 차량 동승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고 지난 1월 판결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청소년으로 일행들과 식사자리에 있다가 반강제로 B씨가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드라이브를 하게 됐다. A씨는 B씨가 음주상태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탑승을 거부했으나, 평소 폭력적인 성향과 동종 전과가 있는 일행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탑승하게 됐다.

드라이브 도중 B씨는 진행 방향 전방에 있던 교통섬 경계석을 차량 앞부분으로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차량이 우측으로 전복됐다. 이에 렌터카 회사인 C법인은 이 사건 차량의 동승자인 A씨와 B씨 등 일행을 상대로 차량 수리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1심 사건에서 전부 승소했으나 C법인이 항소했고, A씨는 재차 공단의 도움을 받아 항소심 사건을 진행했다. C법인은 A씨가 B씨의 음주 과속 운전을 방조했으므로 사고로 발생한 차량의 수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죄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중심으로 관련 수사기록, 형사판결 등을 검토해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인 B씨가 과거 폭행 등의 전과가 있음을 지적해서 심리적, 물리적 강요에 의해 A씨가 원하지 않는 드라이브를 하게 됐다는 사실을 항변했다. 또 A씨가 반강제로 드라이브에 끌려간 것만으로는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어 방조사실이 부정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차량에 동승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운전자의 음주운전 내지 과속운전을 용이하도록 방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사건을 담당한 공단 소속 김용재 공익법무관은 “법원이 단순히 차량에 동승한 자에게는 방조를 근거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음주 등 교통사고 방조 관련 손해배상 분쟁에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에 대한 법률구조의 목적으로 설립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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