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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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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공공기관 20% 감원 …"단결·성장·공헌" 외치며 국가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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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지는 베트남 ◆

    지난해 취임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올해 '중진국 함정' 탈출을 목표로 전례 없는 수준의 대규모 공공 부문 개혁과 경제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작년 아세안 최대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여러 대내외적 도전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강도 높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700달러다. 중진국은 통상 4000~1만달러대 소득 국가를 뜻한다.

    지난 1월 또럼 서기장은 올 한 해를 조망하는 연설에서 "인식과 행동의 단결을 통해 개혁을 진전시키고 새 번영과 발전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도록 경제 관리 부문에서 더 과감하고 포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독립 80주년이자 통일 50주년인 올해는 베트남에 뜻깊은 해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중국의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대외 의존도가 매우 큰 베트남의 경제 구조에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는 국가 대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올해 목표는 한층 공격적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였던 수출 목표를 12% 늘어난 4510억달러로 설정하고 GDP 성장률 역시 8%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외부 요인과 더불어 내부 개혁이 시급하다.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유지해온 베트남은 행정 비효율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1980년대 '도이머이(개혁개방)' 이후 최대 규모의 국가 개조에 착수했다. 핵심은 정부 조직 및 인력 감축을 중심으로 한 공공 부문 구조조정이다. 베트남은 공공기관 인력 중 20%를 줄일 방침이다. 이에 앞서 장관급 정부 부처 및 기관 수를 기존 22개에서 17개로 축소했다.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중간 행정 단위(군) 폐지 및 일부 성 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예산 45억달러(약 6조원)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을 주도하는 또럼 서기장은 지난해 12월 베트남군 창설 80주년 기념 연설에서 "건강한 몸을 위해선 쓴 약을 먹고 종양을 잘라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럼 서기장이 내세운 개혁 방향은 기존의 위기 관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경제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경기 침체를 베트남의 최대 위험 요소로 지목하면서 빠른 현대화와 중진국 함정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또럼 서기장 시대를 맞은 베트남은 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를 통해 기존의 저비용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반도체, 위성 인터넷, 첨단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을 강조하며 첨단 기술 중심 경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베트남은 경제 발전과 함께 국가 위상 향상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세안에서 벗어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등 여러 국제 포럼에 적극 참여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혁을 두고 정책적 변화 이면에 또럼 서기장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연결된 움직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으로 예정된 제14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가 개혁을 자신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며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신윤재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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